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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단장한 명동성당, 낙제점입니다 (12.2)
    쓴 기사/기고 2014. 12. 31. 00:45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58708

    ▲  지체장애인이기도 한 박종태씨는 12월 1일,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박종태


    눈이 흩날리고 강추위가 찾아온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한 가톨릭 신자가 1인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체 장애인 박종태씨였다. 이날 박씨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가톨릭'이라는 제목의 팻말을 들고 명동성당 내 서울대교구청(아래 교구청) 신관의 장애인 화장실이 사실상 남녀 공용으로 설치되는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비한 데 대해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교구청 신관은 명동성당 1단계 개발 사업에 따라 지난 9월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로 완공한 건물이다. 그 중 문제의 장애인 화장실은 지상 1층과 2층에 설치됐다.

    남자 화장실 바로 옆 여자 장애인 화장실... 손 씻을 공간도 없어

    ▲  교구청 신관 장애인 화장실은 남자화장실 입구 맞은편에 여자 장애인 화장실이란 표시로 설치돼 있다.
    ⓒ 고동완


    교구청 신관의 장애인 화장실 1층과 2층 모두 '여자 장애인 화장실'이란 표시를 달고 남자 화장실 입구 바로 옆에 마련돼 있는 상태다. 여성 장애인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선 남성이 드나드는 화장실 출입구 바로 옆을 지나야 한다. 여자 장애인 화장실 문을 열면 바로 변기가 있어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소지도 있었다. 기자와 실태 점검에 동행한 박종태씨는 "남자 화장실 입구에 여자 화장실을 만들어 놓으니 이용하는 장애인이 얼마나 창피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더구나 교구청 신관에는 여자 장애인 화장실만 있고 남자용은 없다. '장애인 화장실' 안내판은 있지만 실제로는 여자용 화장실만 있어 이 화장실 하나를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장애인 화장실 내부도 기준 미달이었다. 장애인이 용변을 보고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면대를 이용하기 위해선 결국 비장애인용 화장실로 가야 한다. 비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해도 문제다. 비장애인 화장실의 세면대 높낮이는 비장애인에게 맞춰져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렵다.

    ▲  '명동성당 1898' 지하 1층 남자 장애인 화장실 내부 모습이다. 이곳은 남녀 화장실이 분리돼 있지만, 세면대 설치가 안 돼 있다.
    ⓒ 고동완


    교구청 신관뿐 아니라 동일한 시기에 완공한 지하 공간 '명동성당 1898'의 지하 1층 장애인 화장실에도 세면대가 없다. 이에 대해 박씨는 "몇몇 장애인에게 물어봤더니 정 곤란할 때는 변기물을 한 번 더 내려 그 물로 씻곤 한다고 했다"면서 착잡해 했다. 확인 결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편의시설의 구조·재질등에 관한 세부기준' 13번에 따르면 장애인 화장실엔 세면대를 출입구와 가까운 위치에 설치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관련 법률 위반인 셈이다.

    장애인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황당한 표시도 있다. '명동성당 1898' 신관 방향 화장실 입구에는 장애인 화장실이라는 표시가 있으나 막상 들어가 보면 비장애인용 화장실이다. 문제는 화장실만이 아니었다. '시각 장애인의 눈'인 점자 블록 또한 명동성당 진입로 계단에 설치돼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계단 진입로에는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전방에 계단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점자 블록을 설치한다.

    장애인 배려 찾아보기 힘든 명동성당의 개발

    ▲  '명동성당 1898' 지하 1층으로 외부에서 출입하는 계단이다. 손잡이는 찾아볼 수 없다.
    ⓒ 고동완


    계단에 손잡이가 없는 것도 이동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다. '명동성당 1898' 지하 1층으로 들어오는 외부 출입구 계단에는 손잡이가 없다.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경우, 지팡이 등 보행을 위한 보조 기구가 없다면 오르내리기 위해 벽면을 짚어야 한다. 박씨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어딜 잡고 가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계단 중간에 두 줄로 손잡이를 두면 양쪽에서 잡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구청 신관과 '명동성당 1898' 시설 관리를 관할하는 가톨릭 회관 관계자는 "지적 사항에 대해 정리한 후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박씨가 언급한 점을 토대로 내용을 보완할 것"이라면서 "이를 상부에 보고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성당 진입로 점자 블록 문제에 대해선 "명동성당은 관리 권한을 교구청으로부터 아직 인수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점자 블록 설치를 준비 중에 있다"는 입장이다. 박종태씨는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문제 대상이 된 교구청 신관과 '명동성당 1898', 성당 진입로는 명동성당 1단계 개발 사업으로 지난 2011년 착공해 3년 만인 올해 완공한 시설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앞으로 2029년까지 총 4단계에 걸쳐 명동성당 주변 일대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 사업 결과,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각종 미비점이 발견됨에 따라 종교 시설로서 배려의 책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박씨는 향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인 시위에서 더 나아가 단식 투쟁도 하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교구청 신관의 도서함에 있는 글귀인)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 말은 좋은데 소외된 사람을 차별하는 모습이 교회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  1단계 개발 사업을 지난 9월 마치면서 주변 일대를 재정비한 명동성당 모습. 오른편 건물이 사업 완료와 함께 완공한 교구청 신관이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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