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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식에, 대치까지... 지난 밤 건국대에선 무슨 일이? (4.1)
    쓴 기사/기고 2015. 4. 5. 00:3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94889


    학사구조개편안 둘러싸고 내홍... 학생들 "구조조정 통보, 화난다"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건국대가 지난달 17일 학사 구조개편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이를 둘러싼 내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학은 '구조개편안을 시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학생들은 "일방적 통보에 물러설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가랑비가 내리는 늦은 밤. 구조개편 대상에 오른 학과 학생들은 행정관 앞에 비닐 텐트를 치고 농성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농성은 1일로 8일째를 맞았다. 일부 학생들은 텐트 안에서 릴레이 단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학생이 24시간 동안 단식을 하자, 같은 과 학생이 이어서 단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  31일 밤, 행정관 앞에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철야 농성이 이어졌다.
    ⓒ 고동완


    이번 구조개편안은 73개 학과 중 10개 학과를 통폐합하고, 2개 학과는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학과는 영화학과와, 텍스타일디자인학과는 공예학과와 합쳐진다. 상경대에 소속된 소비자정보학과와 경영대의 경영정보학과는 폐지된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란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단국대와 동국대를 비롯해 세종대와 숙명여대, 홍익대 학생회 등은 건대의 학사구조개편안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각계 예술인들도 '영화과를 살려달라'는 팻말을 들고 영화과 응원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SG위너비의 가수 김용준씨가, 28일에는 희극인 박성광씨가 응원에 참여했다.

    "개정안 통과 도장 찍지 말아달라"... 총장과 학생들 대치

    ▲  31일, 행정관에선 구조조정안을 반발하는 학생들의 점거 집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총장 간 대치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 건대신문 제공



    지난달 31일, 건대 행정관에선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구조개편안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열렸다. 집회 도중 총장과 학생들이 대치하는 일도 빚어졌다. 건대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대학은 행정관에서 규정심의위원회를 열고, '학과구조개편안' 통과에 앞서 총장의 사인(결재)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행정관에 들어서자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중앙운영회와 비상대책위원들이 막아섰다. 이어 학생들은 총장에게 면담을 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농성장에서 만난 정경우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규정심의위원회에서 발언을 하는 게 가능할지 살피는 가운데 총장님이 왔다"며 "학생 측이 요구한 건 빠른 시일 내에 총장님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전까진 절대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도장(결재)'을 찍지 않겠다'는 답변을 총장님으로부터 받아야 했다"며 "답변을 받기 전에는 총장님을 보내드릴 수 없다고 판단, 대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대위는 대학본부 관계자로부터 "이틀 안으로 면담을 개최하고, 면담 전까지는 개혁안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날 총학생회는 '학생총회 안내문'을 통해 이번 구조개편을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이라 규정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를 재차 확인했다.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 ▲학사구조개편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제시돼 있지 않다는 점 ▲통폐합 학과 학우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든 것이다. 건대 총학생회는 오는 2일(목) 학생 총회를 열어 이번 구조개편안을 두고 학생들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조조정을 통보로 진행하고 있어 무척 화가 나"

    ▲  31일 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행정관 앞에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학과 학생들이 철야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 고동완




    한편, 밤이었지만 농성장엔 다른 학교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만화가가 꿈이라는 정성구(한신대 컴퓨터공학부)씨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데, 언제든 예술 학과들이 이렇게 통합되거나 탄압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남 일이 아닌 것 같아 찾아왔다"며 "작가나 만화가를 배출하는 학과들도 취업률을 잣대로 평가한다면 무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농성 중인 정아무개씨도 영상학과에 재학 중임을 밝히면서 "예대 출신들은 작가나 프리랜서 위주인데, 학과의 실적을 위주로 평가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구조조정안을 학생들과 사전 협의 없이 통보로 진행하고 있어 무척이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엔 총동문회도 나섰다. 통폐합 대상에 오른 영상학과 동문회가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동문회는 "대학이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일방적인 학사 개편안을 수립한 데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며 "대학에선 영상학과와 영화학과를 합친다는 이유로 해당 학과의 낮은 취업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학과의 실적 지표를 비교하면서 순수학문과 예술학과를 개편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는 대학의 반한문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술 계열 학과에 취업난에 대한 책임을 왜 전가하느냐"며 "열악해지는 노동 환경 속에서 유사학과 통합을 통해 취업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대학본부의 막연한 기대만으로 영상학과와 영화학과는 느닷없이 '유사한 학문을 전공하기 때문에 통합에 용이한' 학과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교육을 백년대계라 해놓고...

    ▲  31일 밤,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
    ⓒ 고동완



    각계의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밤, 김승주 영화과 비상대책위원회장을 농성장에서 만나 이번 구조개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 위원회장은 구조개편을 "모든 게 밀어붙이기 식"이라고 일갈했다. 또 교육을 백년대계라 해놓고, 짧은 기간에 많은 학과가 합쳐지고 사라지는 세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다음은 김 위원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 이번 구조개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너무 황당하다. 학교 측이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이렇게 바꾸겠다고만 나와 있지, 그에 대한 이유는 물론, 구조조정에 오른 학과 재학생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영화과는 내부 단결력이 뛰어난 편인데, 무리하게 다른 학과와 묶으려고 하니 학생들 반발이 많다."

    - 대학 측의 구조개편 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방향성이 잘못 됐다. 협의가 없고 모든 게 밀어붙이기 식이다. 예체능과 기초 학문 분야를 지표로 평가한다는 건 허술한 게 많다고 본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해놓고... 얼마 안 되는 기간에 수많은 학과가 합쳐지고 없어진다는 게 착잡하다."

    - 학과들을 평가하는 데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나?
    "학교 측에서 저희에게 (구조조정안을) 통보할 때 취업이 잘 되는 학과는 밀어주고, 안 되는 학과는 통폐합하는 식이었다. 취업률로 평가한다는 건 허점이 많지 않겠느냐. 비슷한 취업 방식을 강요하는 셈인데, 취업이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겠는가."

    - 대학이 구조개편안을 강행한다면 차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저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른 비슷한 처지에 있는 대학들이 응원도 보내주고, 연대도 하자고 하고 있다. 다른 대학 학생 분들과도 얘기를 계속 나눠보고, 이 문제가 더 이상 건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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