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취재] 진단서 못 받아오자 온갖 업무, 폭언에 폭행까지... 아버지 "다신 이런 일 안 된다"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김지현]

"제 아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지난 8월 30일,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도 선임병의 폭언과 부대의 비협조로 경계 근무에 나서다 증세가 더 악화된 후에야 전역을 할 수 있었던 이야기(관련 기사 : 몸 망가진 뒤 전역한 공군 헌병... "수술해야 하는데도 근무")가 보도된 뒤 전화 한 통이 왔다. 

기사를 보고 연락을 했다는 윤영민(가명, 49)씨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는 "내 아들도 건강에 문제가 있어 근무에서 제외되다가 선임병의 놀림을 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허리디스크까지 얻게 됐다"라면서 "아들만 생각하면 착잡하다"라고 말했다. 아들은 부대 상사로부터 폭행까지 당했다.

지난 5일과 21일에 두 차례에 걸쳐 <오마이뉴스>와 만난 윤영민씨는 아들이 군에서 겪은 일과 관련해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한가득 펼쳐 보였다. 수사 자료와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에 탄원한 내용들이었다. 윤영민씨는 "이 모든 게 아들을 지키기 위한 과정이었다"라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문제제기 하기가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영민씨의 아들 윤성태(24, 가명)씨는 2014년 5월 26일 공군에 입대한 뒤, 그해 7월 24일 한 포병부대로 배속받는다. 배정받은 특기는 헌병. 성태씨는 부대 출입문을 통제하는 보초 업무를 맡았다.

성태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 3급을 앓고 있었다. 당시 병무청은 혈압이 수축기 180과 이완기 110 이상인 사람에게만 보충역 판정(2015년 9월, 160 이상 - 100 이상으로 개정)을 내렸고, 수축기 164와 이완기 94 결과가 나온 성태씨는 신체등급 3급을 받고 현역으로 입대했다. 

▲  군에서 아들 윤성태씨가 겪은 일들과 관련한 기록을 모아놓은 아버지 윤영민씨.
ⓒ 고동완


근무 중 쓰러진 성태씨, 진단서 빨리 가져오지 않자...

2014년 7월 말부터 근무에 투입됐던 성태씨는 11월, 보초를 서던 중 고혈압으로 쓰러졌다. 부대는 성태씨를 업무에서 제외시켰지만, 선임부사관 A상사는 성태씨에게 '업무를 지속적으로 빠지려면 휴가 기간에 진단서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성태씨는 2015년 1월 11일, 4박 5일 일정의 휴가를 나왔지만, 이 기간에 진단서를 받아오는 건 쉽지 않았다. 아버지 윤영민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4년에 병무청에서 신체검사할 때 아들에게 고혈압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그때는 혈압이 높은 정도로 인식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민간병원에선 전에 진찰받은 적이 없었던 겁니다. (아들이 휴가를 나왔을 때 병원은) '검사를 종합적으로 해야 하니 휴가 기간 안에 진단서를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차선책으로 윤영민씨는 "군에 있으면서 국군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자"라고 성태씨에게 말했다. 성태씨도 국군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진단서를 받기로 결심했다. 그게 성태씨에게 화를 불러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2015년 3월 4일 공군 헌병대 수사계에서 성태씨가 진술한 기록을 살펴보자. 

"휴가에서 복귀하고 며칠 후 A상사가 절 찾아와 진단서를 가져왔냐고 물어봐서 '아직 진단서를 가져오지 못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더니 그 상사가 병사들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너 편의를 봐주기 위해 규정에도 없는 근무를 빼주었지 않았느냐' 소리를 치면서  '너가 진단서 안 가져오는 건 뺑끼 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라고 했어요."

그 일을 기점으로 성태씨에게 각종 일이 떨어졌다고 한다. 헌병대 수사계 진술 기록을 보면 장작 패기·옮기기, 영하 10℃ 날씨에 유류 보급에 나서고, 체력단련 시간에도 홀로 나무를 옮기고 불을 지피는 일을 하게 됐다. 평일 일과가 끝난 뒤에도 나무를 옮기고 종이를 태우는 일을 했다. 화장실 공사에 반나절 투입되기도 했다.

선임병은 "하자"라고 비하하고... 상사는 뒤통수 폭행

그러다가 성태씨는 2015년 2월 5일, 국군양평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 부대에 제출했다. 그러나 성태씨에게는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진단서 제출 5일 뒤인 2015년 2월 10일. 면회실 옆 공터에서 A상사와 헌병반장 B상사가 참석한 가운데 헌병 20여 명이 '사기 진작의 날' 격려 회식을 하던 중이었다. 

해당 부대 소속 여단의 사건기록을 보면, 회식이 한창이던 오전 10시 20분께 성태씨는 A상사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선임병인 C상병이 건강 문제로 보초를 서지 못하는 성태씨를 비하하는 의미로 "하자"라고 놀렸다. 이에 성태씨는 "왜 그러십니까, 짜증날 것 같으니 그러지 마십시오"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A상사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 

사건기록을 보면 A상사는 '성태씨가 선임병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는 것 같아 이름을 불렀고, 대답을 하지 않자 훈계를 위해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때렸다'고 했다. 하지만 성태씨는 헌병대 수사계를 통해 '반말과 욕설을 한 적이 없고 폭행 당시 받은 충격이 커서 (날 때린 것이 A상사의) 손바닥인지 주먹인지 잘 모를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상대방에 대놓고 '하자'라는 말이 회식 중에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대원들은 성태씨에게 '장애인이다', '병신이다' 등과 같은 차별과 비하의 언행을 서슴없이 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병사를 책임져야 할 선임부사관 A상사는 C상병의 부적절한 폭언을 두고 주의는커녕 되레 성태씨의 머리를 때렸다. 

이 일로 A상사는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 될 예정' 조치됐지만, 기소유예로 마무리됐다. 즉, 폭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기소는 이뤄지지 않은 것. 아버지 윤영민씨는 아직까지도 이 대목을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공군 관계자는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폭행사건에 대해 "단 둘이 아닌, 여러 명이 있는 상황에서 폭행이 이뤄져 목격자 진술에 따라 악의적이 아니라고 군 검찰은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면서 "그러나 폭행으로 인정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경고 처분과 함께 전출 조치를 취했다"라고 해명했다. 

2015년 3월 3일, 성태씨의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는 D여단으로 전출돼 보직 변경 후 면회실 관리를 맡게 됐다. 하지만 4월 17일 아버지 윤영민씨는 성태씨가 면회실이 아닌 헌병반에 근무한다는 것을 알고 부대에 항의했다. 결국 성태씨는 원래 몸담았던 포병부대로 돌아온다. 성태씨는 1주일가량 뒤 다시 경계근무에 투입됐다. 

급기야 허리디스크까지... 포대장, '병원 회신' 근거로 근무투입 지시

▲  2015년 6월 5일 국군청평병원에서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아들 윤성태씨.
ⓒ 윤영민 제공



성태씨의 경계근무를 막을 수는 없었을까. 아버지 윤영민씨는 "제가 강하게 근무를 빼달라고 주장하면 아들이 또다시 피해를 볼까봐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라고 말했다. 경계근무 투입에다가 이전에 장작을 패고 옮기는 등 건강 상태와 맞지 않은 무리한 일에 투입됐던 성태씨는 결국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국군청평병원에서 통원 진료를 받던 성태씨에게 6월 5일 병원은 "과도한 운동과 훈련을 피하고 군화는 허리에 무리를 가하므로 운동화를 착용하라"면서 허리디스크가 발생했다는 진단을 내린다. 

성태씨가 입대하고 1년이 지나던 시점이었다. 부대는 병원과의 거리를 고려해 성태씨에게 통원치료보다는 입원을 지시했지만, 성태씨는 "일에서 빠지면 다른 병사에게 피해를 주니 근무를 서겠다"라고 밝혔다. 포대장은 국군청평병원에 성태씨의 상태를 문의한다.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었다.

2015년 8월 17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군청평병원은 당시 포대장에게 "허리디스크 증상이 보이지만 감각 장애는 없는 상태"라며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복용으로 경과를 관찰하면 될 것으로 판단되므로 물리 치료와 입원 치료가 불필요하다"라고 회신한다. 

이를 근거로 포대장은 국군청평병원이 6월 5일에 내준 진단서와는 상반되는 지시를 내린다. 6월 12일부터 성태씨를 경계근무에 투입시키고 전투화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질병 얻고 만기 전역한 아들

▲  아버지 윤씨 민원에 따라 국방부 법무관리실이 서면으로 내놓은 답변 중 일부. 포대장의 '정상 근무 투입' 조치를 시정할 것을 답변했다. 또 아버지 윤씨가 병력 운용이 한정된 상황에서 아들이 외진에 나가게 될 경우 다른 병사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해 경계병 보충을 요청한 데 대해 국방부는 권고 조치를 했다.
ⓒ 윤영민 제공



아버지 윤영민씨는 포대장의 조치에 반발해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조사에 나선 법무관리실은 "진단서상의 조치사항을 무시하고 진단일로부터 10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회신만을 근거로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병사에게 건강을 배려하는 조치를 전면 중지, 정상 근무를 서게 했다"라면서 "전투화를 착용 조치한 것도 바람직한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국방부는 8월 4일 해당 부대 포대장과 여단장에 성태씨의 병원 진료를 보장해주고 운동화 착용 조치를 하도록 통보한다. 허리디스크 진단서를 받은 지 2개월 만이었다. 성태씨는 9월 2일이 되어서야 의무실에 물리치료 장비가 갖춰진 D여단 본부로 전출될 수 있었다.

성태씨는 그 뒤 주로 면회실 관리를 하며 지냈다. 하지만 군에서 발병한 허리디스크는 오롯이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성태씨는 2016년 5월 25일 전역했다. 하지만 예비군 동원훈련을 앞두고 올해 5월 받았던 병무청 신체검사 결과에는 '본태성 고혈압'에다가 '척추질환 3급'이 선명하게 기록됐다. 

그러나 성태씨의 신체등급이 여전히 3급이기 때문에 예비군 훈련에는 가야 한다. 올해 5월 예비군 훈련 소집통지서를 받은 성태씨는 훈련을 한 차례 연기했으나 10월에 있을 훈련에 다시 소집 통지를 받았다. 당장 연기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아버지 윤영민씨는 성태씨 입대 이후를 돌이키면서 "다른 병사들이 아들이 겪은 일을 겪지 않게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않다면, 성태씨처럼 무리하게 근무에 투입되고, 병사들의 조롱을 받고, 폭행을 당하기까지 하며, 새로운 질병을 얻은 뒤에야 전역하는 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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