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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와의 관계에도 주목하라
    생각/미디어 2020. 11. 6. 22:16

    “우리가 만든 저널리즘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에서는 경쟁자들에게 뒤처져 있다.”


      뉴욕타임스가 2014년 ‘혁신보고서’를 발간하며 적은 서문의 일부다. ‘혁신보고서’는 언론계에 때 아닌 파문을 일으켰다. ‘혁신보고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디지털 퍼스트’. 신문과 잡지로 분류되는 종이 매체에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위기의식은 저널리즘은 탁월하지만 독자에게 가닿기 위한 기술적 측면은 뒤떨어진다는 데서 출발했다. ‘혁신보고서’가 나오고, 현장 영상과 텍스트, 스토리텔링을 혼합한 인터랙티브 기사 '스노우 폴’이 공개되자 가디언을 포함한 유력 매체는 뉴욕타임스를 벤치마킹했다. 인터랙티브란 형식 자체는 비교적 흔한 게 됐지만 ‘혁신보고서’에 담긴 고갱이의 가치는 지금도 유효하다.


      '혁신보고서'의 핵심을 추려보면 수용자 확대와 뉴스룸 강화로 나눠볼 수 있다. 수용자 확대를 핵심 목표로 두고, 뉴스룸 내부의 여러 부서들이 협력해 최상의 콘텐츠를 추구하며 장기적 안목으로 전략을 짤 방안을 강구하고, '디지털 퍼스트' 조직으로 뉴스룸을 전환하는 게 그것이다.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에서 최대한 탈피해야 가능한 일이다. ‘혁신보고서’가 언급한 것처럼 수용자 확대는 뉴스 생산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보고서는 독자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저널리즘을 유통하는 방안과 관심을 유도할 '프로모션'에 독자와 관계를 구축할 '연결'을 더해야 수용자를 늘려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혁신보고서’가 나온 뒤 한국 언론은 ‘디지털 퍼스트’를 외쳤지만 정작 놓친 게 있다. 뉴욕타임스가 핵심 개념으로 거론했던 ‘연결’이다. 한국은 탁월한 뉴스를 공급하더라도 수용자가 뉴스의 브랜드를 인식하려 하지 않는다. 뉴스 플랫폼이 신문에서 라디오와 방송, 인터넷과 유튜브로 다변화된 탓도 있으나 포털에서 수많은 언론사가 뉴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는 이 소식 저 소식 무차별로 받아보고 있다. 언론사와 독자의 관계는 정작 긴밀하지 않다. 뉴스 브랜드가 파편화되고, 실종해버리고 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독자와 관계에 여전히 소홀한 편이다.


      기술적 측면은 전사적이고 과감한 투자로 경쟁 매체를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 독자는 그렇지 않다.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더라도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게 독자다. 독자를 한 번 유치하더라도 그들이 ‘장기’, ‘충성’ 독자가 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돈과 시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개념이 결국 ‘연결’이다. 뉴욕타임스가 ‘혁신보고서’에서 기술적 측면에 앞서 ‘연결’을 거론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테다. 한국 언론이 독자와 관계 구축에 소홀한 이유와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독자는 마치 신기루와 같아서 잡으려 해도 잡아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데, 적지 않은 공을 들여야 하는 게 있다면 바로 신경을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들일 노력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그에 따른 여파는 커질 것이다. 콘텐츠 공급으로 수용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은 어느 언론이나 할 수 있다. 수용자가 독자로, 독자는 진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기자들 각자가 훌륭한 뉴스를 쏟아내더라도 어려운 일이다. 탁월한 뉴스를 공급하면 도달률은 올라가지만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는 여전히 남는다는 걸 알고 있다. 독자와 기자, 언론사와 독자가 관계를 밀접하게 쌓아갈 배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언론사의 인적, 물적, 문화가 어우러져 수용자, 독자와 끈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혁신보고서에서 “독자 개발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뉴스룸 내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언론사마다 자리를 잡고 있던 ‘독자 서비스 센터’론 부족하다. 어디까지나 수동에 머물던 조직이다. 수동에서 능동으로 전환할 조직과 인력이 있어야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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