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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동'의 아쉬움사진/관찰 2014. 11. 15. 20:09
서울 도심 한복판, 청진동 일대에 피맛골이라는 먹자 동네가 있었다. 해장국에서 파전에 이르기까지 서민의 애환을 녹일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곳이다. 입지는 단연 최고였다. 광화문과 종각이 인접해있으며 사람들 왕래도 많았던 그런 곳이다. 청진동은 2000년대 들어 재개발이 시작되자 빠른 변화기를 맞이하게 된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던, 수 많은 사람들의 추억의 장소였던 가게들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고층빌딩이 큼지막하게 세워졌다.
재개발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아 잔류해있던 가게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활력이 사라진듯 보였다. 커튼월의 빛을 통해 위엄의 풍채를 내뿜는 커다란 건물의 위압에 얼른 사그러드는 것 같았다. 청진동 재개발이 한창 진행됐을 무렵 개발에 대한 아쉬움과 탄식들을 소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회생되기 시작했다. 낡은 것은 밀어버리고 새 것이 좋지 않느냐는 식의 우둔함이 담긴 산물이었다.
그 산물은 지금의 탄식으로 바뀌어놓았다. 청진동의 그 골목들이 세월의 관록은 묻어을 망정, 낡고 더러운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청진동 골목은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녹여든, 질곡의 역사를 담은 현장과도 같은 장소였다. 그리고 오늘은 고단했을 망정,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과거를 반추하며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는 충전의 장소였다. 그런데 그런 유서 깊은 곳이 사라졌다.
피맛골 일대 거리가 재개발로 훼손되자 버팀목 같은 곳이 사라지게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개탄했다. 생존한 골목은 보존 대상으로 묶여 현대식으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시에선 밝혔지만, 너무나도 늦은 대응이었다. 재개발로 건축된 빌딩은 어느 건물과 유사하게 커피점과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편의점을 끼워넣으며 완공했다.
청진동뿐만 아니라 종로, 광화문 일대는 재개발 전성기에 다름 아니다. 호텔, 사옥의 용도로 여러 개의 건물이 기존 공간을 밀어내고 하루 멀다하고 공사 중이다. 변혁의 추구는 긍정할 만하다. 그러나 철거와 건축에 앞서, 옛 정취를 불러내 향유하게 될 가치와 변혁으로 얻어낼 가치 중 어느 것이 소중한가 깊게 따져보는 것도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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