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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음' 불감증
    생각/미디어 2013. 5. 30. 23:55

      상대방과 협의가 없는 전제에서 출발한 관음적 행동은 사실상 상대방을 향한 배려 자체를 무시한 처사다. 문제는 행위자가 관음적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자신의 호기심 충족과 편리성의 당위를 지나치게 내세운 나머지, 낮게 인식한다는 데 있다. 이는 관음의 대상 가치를 '관음'이라는 명제 아래 두는 것이며 존중이 실종되는 것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그리스 마라톤 일주 도중 감동의 순간을 목격했다. 당시 마라톤 일반 참가자들 모두가 분투하며 일주하는 장애인 참가자를 향해 브라보를 외치며, 장애인 참가자의 뒤를 따라 응원을 보냈다. 그 광경을 목격한 박경철씨는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살아오면서 진정한 존중을 받으며 살아왔는가'는 물음에 서글퍼 통탄의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인간 누구나 참된 존중을 갈구한다. 피상적이고 상식적인 존중은 갈구에서 비롯된 애절함을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진정한 존중이 인간사의 대의 명제로 떠오르고, 현대인의 문제점으로 존중 실종이 윤리 교과서에 실린지도 오래됐다. 그만큼 존중이라는 가치에 목이 말라한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존중의 가치를 펌하하는데 일조하는 관음적 행위가 어엿 사회적 불감증의 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에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구글링'을 통해 특정 개인의 인적 정보를 긁어모을 수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를 통해 손쉽게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수집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은 정보 공개를 명분으로 세워진 토대이고 SNS과 블로그의 정보는 개인의 의지로 전파됐다. 온라인상의 서치를 통한 개인 정보 수집은 딱 잘라 관음이라 칭하기엔 어폐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온라인을 통한 오프라인화다. 수집자가 온라인의 서치 습성을 오프라인화 시키는 것이다. '관음'이 불감증의 주자가 된 데 인터넷과 SNS이 기인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명확히 할 것이 있다. 온라인에서 공개된 정보는 자의든, 타의든 개인의 의지적 성격이 일부 함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오프라인은 그렇지 않다. 특정 프라이버시를 온라인을 통해 의지적으로 전파한다해서, 보편적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음적 행위가 오프라인에서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온오프라인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온라인 상에서의 편리주의에 입각한 서치 습성을 오프라인에 대입시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음적 행위로 진화할 공산이 농후하다. 대입의 자제 능력을 망각하고 습성 모두를 오프라인화 시킨다는 것은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관음' 불감증의 극복을 위해선 행위자가 서치 습성을 온오프라인을 구별해 양분화할 필요성이 있다. 오프라인은 대인과 대인 간의 만남이자 배려가 우선 조건이다. 양해를 구하고 존중 바탕 위에 직접적 서치를 시도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자세 아닐까? 행동과 편의, 사고를 양분할 건 양분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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