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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와 시류, 그리고 경영
    미디어/담론 2013. 4. 26. 12:02

     닌텐도가 몰락의 수순을 밟고 있다. 닌텐도가 내놓은 회심의 게임기 '윌'은 스마트폰 게임 앱 보급과 맞물려 출고수가 급락했고, 이는 닌텐도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자사 게임기 X박스 이외에 다양한 IT 업종의 플랫폼을 구축해놓아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닌텐도는 '한 우물' 전략을 택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태생 이후 '복합'을 추구한 결과다.

     

     닌텐도의 '게임기' 역사는 미디어 시대의 한 획을 장식했다. 닌텐도는 미디어의 주류적 공급 역할을 했던 텔레비전과 게임의 결합을 고안해냈다. TV와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슈퍼패미콤을 발매하여 게임 시장의 변혁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리오' 등 닌텐도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발굴되어, 미디어 공급 플랫폼을 활용한 신진 캐릭터의 수익 창출 구조를 제조했다. 이 무렵이 1980, 1990년대 모습이다.

     

     이후 닌텐도는 '포켓몬'을 개발하여 제2의 도약을 일궈낸다. '포켓몬'은 방송 플랫폼을 통해 1차로 공급됐으며 이로 말미암아 생긴 부수적 시장을 뒷받침하고자 2차 게임기 플랫폼을 1차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택해 전 세계적 광풍을 몰고왔다. '포켓몬'은 방송 컨텐츠 공급에 의한 수익과 더불어 게임과 캐릭터 시장에서도 부가적 이익을 창출해낸 것이었다. 이 때가 2000년대 초반 현상이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플랫폼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엔 '벤처 신화', 'IT 업체의 성공' 언론 기사들이 물밑듯이 쏟아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닌텐도는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할 기회를 놓치고 오프라인 게임기 시장에 집중하는 결과를 택했다. 당시,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더라면 현재 인터넷의 뿌리와 스마트폰의 줄기를 결합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스마트폰 컨텐츠 다수가 인터넷 시장에서 주류로 인식되던 컨텐츠임을 이해한다면 닌텐도의 오프라인 집중 전략은 사실상 실패전략이었던 셈이다.

     

     상황은 너무나도 급변했다. 애시당초 게임과 캐릭터 시장 역시, 텔레비전 미디어가 주류였던 시절에는 대규모 공급 단위의 기업이 TV에 컨텐츠를 공급해야만 시장의 패권을 얻고, 시장을 주무를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현상이 눈에 띄게 준 것이다. 대규모 컨텐츠 공급 업자 뿐만 아니라, 중소형 컨텐츠 업체까지도 가세하여 캐릭터와 게임을 다량 제작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보급하는 형국이니, 닌텐도와 같은 대규모 컨텐츠 공급 업체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든 것이다.

     

     올드미디어로 지칭되는 텔레비전에서 뉴미디어로 언급되는 인터넷 플랫폼의 주류 변천 과정 가운데 새로운 시류가 있었던 셈이다. 시류를 놓친 기업은 도태되고, 시류를 간파한 기업에겐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것이 1차 시류라면, 인터넷 플랫폼에서 스마트폰 보급, 그리고 SNS 세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2차 시류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1차에서 2차로 넘어오면서 공급과 수요 플랫폼은 더욱 다변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닌텐도의 몰락은 이미 점철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정리해보자면 텔레비전에서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두 단계 시류의 다리를 제조해냈으며 그 시류를 순응한 기업은 살아남는 반면, 시류를 묵살하고 본래 시장의 집중을 고집했던 기업은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을 눈여겨 보면 미디어 플랫폼 자체가 시류의 다리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디어 플랫폼의 주류적 변천이 한 기업의 경영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 시장의 시류 과정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닌텐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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