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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서 잔다는 게 용하다"...수도권 케이블방송의 민낯 (12.10)
    쓴 기사/기고 2015. 1. 1. 13:26


    [현장]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씨앤앰 농성장... "전원 복직될 때까지 투쟁"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1359

    ▲  11월 14일 오후 서울 파이넨셜센터 앞 광고탑 위에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강성덕씨와 임정준씨가 씨앤앰 하청업체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노숙농성 중인 109명의 케이블방송 씨앤앰(C&M) 노동자(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아래 노조)들은 전원 일터로 돌아가기 전까지 "물러설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였다. 씨앤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위치한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농성장은 노조원들에겐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지난 7월 여름에 시작한 농성은 어느새 겨울을 맞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농성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지난 11월 12일엔 농성장 맞은 편 30m 높이 전광판으로 노조원 임정균·강성덕씨가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고공농성 30일차를 앞두고 임정균씨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건강이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농성 155일차인 지난 8일 광화문 농성 현장을 찾았다.

    노조원들은 영하의 날씨에 조그마한 비닐 텐트를 치고 50~60명이 격일로 돌아가면서 그 안에서 잠을 청했다. 임시로 만든 텐트는 강추위를 견뎌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17년 동안 A/S기사로 일해온 이경호 노조 마포티엔씨넷지회장은 "여기서 잠을 잔다는 것 자체가 용하다"며 "침낭 두세 개 덮어도 발끝이 시려서 못 잔다"고 말했다. 이어 "잘 자봐야 3시간 남짓 잔다. 선잠 정도만 자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바깥 바닥이 차디차 편히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식사시간이 되자 배식이 진행됐다. 밥과 약간의 반찬, 국이 일회용 용기에 담겨 나왔다. 노조원들은 보도 위 대리석에 용기를 올려놓고 바닥에 몸을 대지 않는 가운데 쭈그려 앉아 먹거나 서서 밥을 먹었다. 노조원들은 식은 음식을 먹는 건 둘째 치고, 손이 시려 밥을 먹기 힘들다고 했다.

    ▲  씨앤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위치한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농성 현장이다.
    ⓒ 고동완


    ▲  노조원들은 임시 비닐 텐트를 친 곳에서 잠을 청한다.
    ⓒ 고동완


    이들 대부분은 씨앤앰 정규직이었으나 2007년 회사가 MBK파트너스로 매각되기 전, 사측은 A/S·설치 담당 직군을 하도급 업체를 만들어 비정규직으로 외주화했다(관련기사 : "20년 경력에 월 200만원... 우린 일회용품이었다").

    지난해 노조가 설립되자 협력업체와 협상을 통해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어 노조 조합원 109명은 근로계약을 해지당했다. 노조는 씨앤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또 다시 회사 매각을 앞두고 가치를 높이고자 노조원들만 선별적으로 해고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드 돌려막기는 물론 통장 압류된 상황에서 버티는 중"

    투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노조원들 생계도 위협에 내몰렸다. 이경호 지회장은 "가스, 전기 끊기고 생계에 난리가 났다"며 "카드 돌려막기는 물론 통장도 압류된 상황에서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 나와 파업하는 걸 집에서 좋게 볼 사람이 어디 있겠냐"면서 "이혼한 사람도 있고 학원비도 못 대주고 그런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김덕경 조합원은 "회사(소속 협력업체)가 문을 닫아 실업급여로 생활하고 있다"며 "한 조합원은 차비가 없어 아내가 버스카드 충전하라고 돈을 준 것에 기뻐하더라"고 말했다. 친구들이 도와줘 생계를 이어간다는 임지연 조합원은 "사회생활하면서 처음 경험한 일"이라며 "이렇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고, 처음엔 금방 끝나겠지 했다"면서 "다리를 다쳐 한 달 만에 농성장에 나왔는데 더 힘들어진 상황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  케이블방송사 씨앤앰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11월 12일 서울 서울파이넨셜센터 앞 광고탑 위에서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 해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노조원들은 하나같이 언론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사측이 보도자료로 배포한 내용을 언론이 노조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베껴 썼다는 것이다. 씨앤앰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협력업체를 신설해 계약이 종료된 협력업체 근로자 109명에 대해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정규직 제안은 말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서영남 조합원은 "사측이 언론전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사측에서 정규직을 시켜준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착잡해했다. 이어 "씨앤앰이 내놓은 안은 정규직이 아니"라면서 "1차 협력사에서 해고된 109명 노동자들을 2·3차 하도급 업체에 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1년 계약서 쓰고 하도급 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정규직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들의 바람은 원래 일하던 1차 협력사 자리에다 복직을 시켜달라는 것이다.

    향후 농성 계획에 대해 김영수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장은 "고공농성 참여자의 건강 문제도 있고, 조합원들이 추운 날 길에서 지내면서 건강 상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화를 원하진 않는다"면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투쟁 수위를 높여 대응해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업무환경 바꾸는 고용승계, 동의할 수 없다"

    고공농성 현장은 상황이 더 열악했다. 전광판에서 고공농성 중인 노조 용산제이씨비전지회 정책부장 임정균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임씨는 지난 11월 12일 새벽에 강성덕씨와 사다리차를 통해 전광판으로 올라갔다(관련기사 : [단독] "109명 복직 위해" 씨앤앰 고공농성장 내부).

    임씨는 "심장박동수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그러나 109명 전원이 원직으로 복직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숙농성 현장에서 전광판을 바라봤더니 임씨는 그 위에서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래는 임씨와 나눈 일문일답.

    ▲  전광판 위에서 달리는 임정균씨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임 씨는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 아니면 위에서 달린다고 한다.
    ⓒ 고동완


    - 식사는 어떻게 하나.
    "전광판 내부에 수리기사가 오가는 조그마한 구멍이 있다. 한 사람이 오르락내리락 할 만한 크기다. 그 공간 밑으로 바구니를 내려, 아래서 조합원들이 일회용 포장용기에다 밥을 담아 묶으면 올려 먹는다."

    - 날씨가 많이 추운데 건강은 괜찮은가.
    "의사가 두 번 올라와 진료를 해줬다. 동료(강성덕씨)는 오른쪽 팔, 어깨 뒤쪽에 문제가 있어 몸을 움직이질 못하는 상황이다. 진통제를 계속 먹어도 통증이 계속되나 보다. 전자파가 많이 나와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탱탱 붓는다. 낮에는 머리가 많이 아프다. 편두통 약을 매일 하나씩 먹는다. 의사 소견으론 외부활동 하는 사람보다 활동력이 낮아 면역력과 심장박동수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한다. 염려할 정도로 안 좋다."

    - 잠자는 건 어떤가.
    "전광판 내부에 몸을 가눌 수 있는 공간이 1평 남짓이라 둘이서 생활하기에 벅차다. 거기서 잠을 잔다. 비닐로 바닥에서 스며 나오는 찬바람을 막고 있다. 처음엔 여름 침낭 하나만 갖고 올라왔다. 나중에 추위 때문에 침낭 3개 정도를 바구니로 올렸다. 비닐 위에다 침낭을 펼쳐 한기를 막아 자고 있다."

    - 전광판에 내부 공간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나.
    "(11월 12일) 새벽에 처음 올라왔을 때 저희도 몰랐다. 파이낸스빌딩 20층에 있는 MBK파트너스를 겨냥할 목적으로 전광판 위에서 농성할 준비를 했다. 속으로 '고생하겠구나,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올라와보니 문 같은 게 있더라. 문이 들렸다. 안을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공간이 있더라."

    - 전광판 위에서 달리는 사람이 있던데.
    "뛴 사람이 나다. 그렇게 계속 뛰어야 한다. 굴뚝에서 투쟁한 노동자 얘기를 들어보니 한 달 정도 있으면 몸에서 근육량이 급속히 빠져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하더라. 내부에선 걷거나 뛸 사정이 안 되므로 바람이 별로 불지 않으면 위에서 뛴다. 지금도 살이 빠지고 있다. 밑에 있을 때보다 식사량이 반 정도 줄었다. 활동량이 적다보니 소화도 안 된다." 

    - 고공농성은 109명 전원 복직될 때까지 계속할 생각인가.
    "사측이 겉포장만 그럴 듯하게 하고 속은 썩은 안을 들고 오는 이상 고공농성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사측은 영업직으로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건데, 영업이 아닌 현장에서 일해야 한다. 해고자들은 A/S와 철거를 주 업무로 일해온 사람들이다. 업무 환경을 바꾸는 고용승계는 말도 안 된다.

    '사측이 고용승계 해주겠다 하는데 노조가 고공농성 중인 두 사람 목숨을 담보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더라. 모르는 분이 봤을 땐 노조가 너무한다고 비쳐질 수 있다. 사측은 '우리는 이만큼 하고 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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