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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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대학 운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성균관대는 삼성, 중앙대는 두산이 연상되듯 대학과 기업은 어느덧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과거 1990년대 재계순위 2위였던 대우그룹이 아주대 운영에 참여할 당시에는 아주대는 곧 대우라는 말이 있었다. 삼성은 1996년, 두산은 2008년부터 각기 성균관대와 중앙대 운영에 참여했다.

대기업이 대학 운영에 합류하면서 호재인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건설회사다. 삼성이 성균관대 경영에 참여하면서 성균관대가 발주한 신축 공사는 삼성물산으로 돌아갔다. 중앙대는 두산건설에 공사를 맡겼다.

건설회사로선 건설 경기가 불황인 요즘 튼실하고 믿을 만한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발주할 공사 물량을 확보한 데다 학교 교비와 적립금으로 건설되므로 공사 대금을 떼일 염려도 없기 때문이다. 덤핑 입찰에 따른 출혈 경쟁의 걱정도 없다. 시공실적을 올릴 수 있는 데다 때론 주식도 부양된다.

주가 상승에다 재건축 홍보까지... '꿩 먹고 알 먹고'

▲  두산건설이 시공을 맡은 310관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에서의 규모에서 보듯, 310관 공사 금액은 1100억원에 달한다.
ⓒ 고동완


두산건설은 지난 2012년 중앙대 310관의 신축 공사 수주를 공시했다. 공사 규모는 1100억 원. 두산건설 매출액의 4.6%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월요일 주식 시장이 열리자 두산건설 주식은 4.4% 올랐다. 나흘 만의 상승이었다. 언론은 두산건설을 특징주로 분류하면서 주식 반등의 이유로 310관 수주 소식을 꼽았다. 310관은 대운동장 자리에 '경영경제관 및 100주년 기념관'으로 짓는 건물이다. 

두산이 중앙대 경영에 참여한 2008년 이후 지어진 건물은 약학대학 및 R&D센터, 블루미르홀 기숙사,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및 증축, 중앙대병원 별관에 달한다. 310관 뒤편에는 건립비 600억 원이 들어가는 제2기숙사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시공은 모두 두산건설이 담당했다.

재건축 수주를 위한 홍보에도 대학은 활용됐다. 두산건설은 2010년 흑석3구역 재건축 수주를 위해 '두산타운'을 내세웠다. 중앙대와 중앙대병원을 연계해 두산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코리아리포스트> 인터뷰에서 "주거와 의료, 교육이 결합된 명품아파트는 최고의 프리미엄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는 "두산건설이 얻는 이윤은 없다"고 밝혔다. 중앙대 관계자는 지난 11월 24일 "정관에 따르면 총장의 재가를 얻어 입찰 없이 계약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함에 따라 두산건설이 공사를 맡고 있다"며 "두산건설에서 진행한 공사는 공사비와 공사 수행에 따른 부대비용만 계산해 계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도 삼성 계열사에 공사를 몰아주고 있다. 삼성은 1996년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 이전인 1965년에 '삼성문화재단'으로 성균관대 운영에 참여했다. 잠시 1977년 재단 운영에서 손을 떼기까지 삼성에버랜드 전신인 중앙개발이 호암관, 과학관을 완공했다. 삼성이 재단으로 복귀한 1996년부터는 삼성물산이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과 의학관 등 건물 신축과 증축, 리모델링 공사를 맡고 있다. 교비와 기부금으로 행해지는 공사들이다.

성균관대는 올해 건축적립금에서 383억 원을 사용해 원남동 글로벌센터와 충신동 기숙사, 기초과학연구원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들 건물의 시공 역시 삼성물산이 맡았다. 성균관대는 삼성물산과의 계약 과정에 대해 "답을 주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총장 재가로 업체 선정하는 것은 법령 위반"

중앙대는 입찰 없이 공사 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학교 정관 '계약사무처리에 관한 규정' 제6조를 들었다. 해당 조항은 계약의 목적과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총장의 재가를 통해 입찰을 하지 않고 계약 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  제6조 계약업체의 선정에 관한 중앙대 정관 전문이다. 2번 항목에서 총장의 재가를 얻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 중앙대학교 정관


이에 대해 교육부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16일 "정관에서 총장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은 것은 법령을 위반한 정관이므로, 효력이 없는 정관"이라고 말했다. 현행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35조에 따르면 일반 공사는 2억 원 이상일 경우 경쟁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 

예외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아래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에 의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천재지변, 특정인의 기술 필요 등)만 계약 업체를 지정하는 형태의 계약이 가능하다. 해당 조항에 대한 적합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은 국민대 정릉기숙사 신축공사 현장. 1978년 이래 국민대의 신축과 증축 공사는 쌍용건설이 맡고 있다.
ⓒ 고동완


한양대는 재단 계열사인 한양개발이 특정 기업과 개인의 기부로 지어진 건물 등 일부를 제외한 캠퍼스 대부분 건물의 시공을 맡아왔다. 쌍용그룹이 재단 운영에 참여했던 국민대도 1978년부터 건물 신축 및 증축 공사는 모두 쌍용건설이 맡았다. IMF 이후 쌍용그룹이 해체되고 쌍용건설 대주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변경됐지만 대학과의 공사 관계는 이어가고 있다.

특정업체가 수주를 하는 데 대해 한양대는 일반경쟁을 통해 건설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양대 관계자는 지난 10일 "한양개발이 공사하는 것은 경쟁 입찰을 통해 낙찰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국가계약법에 따라 일반경쟁을 통해 최저가 낙찰과 적격심사낙찰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대도 경쟁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두 대학은 2006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특정건설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대학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입찰과 관련한 세부 내역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타고 표면적으로는 경쟁입찰을 내세우면서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경쟁입찰로 계약한 것처럼 밝히고 수의계약을 하다가 지적된 사례도 있다"며 "대개 경쟁입찰을 내걸고도 교묘히 특정업체가 낙찰이 되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투명화가 전제되지 않은 공사 계약은 공사비 과다로 인한 등록금 부풀리기 등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사립대에 대한 감사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립대는 3년 주기로 종합감사를 받지만, 사립대는 필요한 경우에만 감사를 받고 있어, 공사 계약에 관한 감시가 사각지대로 놓여 있다"며 "사립대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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