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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패할 것만 같았던 거대 학원
    생각/단상 2015. 12. 13. 22:32

    노원구에서 중고등학생 시기를 보냈던 사람은 세일학원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93년 사교육 불모지였던 당시 노원에 첫 문을 연 세일학원은 주변 주거지 개발과 더불어 상승하는 교육열에 부응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노원역 근처 빌딩 일부를 빌려 시작한 학원은 10층 빌딩을 통째로 매입한 데 이어 2000년대 초반엔 150m 떨어진 곳에 8층 학원 전용 건물을 세우고 상계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몰려들자 중계동에 상계점과 비슷한 규모의 건물을 직접 세워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2006년 이후엔 노원뿐 아니라 강북구에도 진출, 6층 규모 학교 빌딩을 매입해서 학원으로 탈바꿈시킨다. 2000년대 중반까진 학원의 성장 가도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 무렵 먹구름이 드리웠다. 강남에 본거지를 둔 메가스터디와 청솔이 노원에 영업을 확대하고 진출하면서 노원 사교육 시장은 삼파전으로 양분돼 전개된 것이다. 강북메가스터디는 본래 단과반 위주로 소규모 사업을 하다가 교보빌딩 옆 건물로 이전하면서 재수반은 물론 초중고도 아우르는 학원으로 거듭났다. 또 대성학원도 분점을 노원에 내면서 경쟁은 한층 가열됐고 그 가운데 불패처럼 보이던 사교육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결국 대성학원은 경쟁의 늪에서 어쩌지 못하고 얼마 안 가 사업을 접었고 서진학원을 인수해 영업을 하던 스카이에듀도 노원에서 손을 뗐다. 이 와중에도 메가스터디와 청솔은 본사 지원을 등에 업고 스타 강사진의 지속적인 영입, 시설 개선 등 투자에 적극 나섰다.


    이렇게 되자 노원 사교육을 호령했던 세일학원도 그 풍파를 피해 가지 못하고 본점을 150m 떨어진 분점으로 이전한 데 이어 그 자리에 기숙사로 대학에 세를 내줘 버렸다. 지하와 1층 빼고 8개 층 전부가 학원이었던 중계점은 학생 감소가 잇따르자 6~8층을 제외한 나머지에 세를 줬다. 건물을 세울 정도로 규모가 컸던 지역 학원이 유명 학원에 속절없이 밀려버리고 만 것이다. 세일에 몸담던 강사진 일부는 메가스터디로 자리를 옮겼다.


    양극화는 규모와 시장을 가리지 않고 전개되고 있다. 청솔은 SK가 투자한 이투스와 손을 잡고 세를 계속 불려나가고 있다. 메가스터디도 이에 질세라 인강에서 활동하던 유명 강사진을 대거 출강시키고 있다. 한편으로 향후 출산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대학 진학률도 하향 추세에 접어들면서 사교육 시장은 계속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교육 시장 1등 강자였던 메가스터디 역시 10만원하던 주가가 4만원까지 떨어지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지역 학원은 여기다 양극화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있다. 계속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거대 학원, 그러나 불패 법칙은 깨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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