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롯데월드 저층부는 롯데시네마, 롯데하이마트 등 핵심 계열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3조원이 투입된 초고층도 상당 면적이 롯데호텔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캐시 카우 계열사들이 넓은 면적에 총집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를 만든 뒤 자사 핵심 계열사들을 주요 점포로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빠른 성장을 해왔다. 이를 극명히 뒷받침하는 사례가 미도파다. 명동과 노원, 청량리에 백화점을 운영하던 미도파는 97년 신동방그룹의 적대적 M&A를 방어하다 실탄을 대거 소비하고 결국 경제 위기 가운데 부도로 내몰렸다. 그러자 자금의 여유가 있던 롯데는 2002년 5400억원을 주고 미도파를 인수해버린다. 명동점과 노원점은 각기 미도파 간판을 떼고 롯데 영플라자와 백화점 소속이 됐다.
겉 말고 속도 모두 갈았다. 지상 11층 규모였던 노원점은 전면 리모델링은 물론 1개층 증축이 이뤄졌다. 새로 바뀌고 생긴 자리엔 롯데 핵심 계열사들이 대거 입점했다. 대표적인 게 11층과 12층, 2개층을 점하고 있는 롯데시네마다. CJ 뚜레쥬르의 대항마격인 제과점 롯데브랑제리는 7호선 노원역과 연결 관문인 매장 지하 1층의 요지에서 영업하던 기존 제과점 자리를 차지한다. 롯데리아와 TGI, 엔젤리너스는 물론 크린스피도넛, 나뚜르 등 자사 식품 계열과 롯데카드, 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 점포도 속속 들어갔다.
결국 백화점이 사람을 불러 모으면, 자사 메리트를 활용해서 유리한 고지로 백화점에 입점한 계열사들도 덩달아 가치가 상승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여타 경쟁사인 신세계나 현대백화점이 범접하기 어려운 구조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각기 삼성, 현대그룹과 계열이 분리된 지 오래이고 설령 연고에 기대서 이들 그룹으로부터 지원을 원해도 대중 소비의 근간을 이루는 계열사 비율이 롯데만큼 높진 않다. 그러므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경우 백화점을 통해 돈을 벌어도 거기서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지만 롯데는 백화점에서 돈을 벌면 핵심 계열사들도 같이 돈을 만지는 것이다.
이것이 롯데가 거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초고층 사업은 물론 경쟁사 대비 아울렛과 백화점, 마트 출점에 파죽지세로 나설 수 있게 한 배경을 만들었다. 유통 매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 자사 계열사들을 동원하면 공동 출자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2롯데월드 잠실 부지는 롯데쇼핑(백화점, 마트)이 15%, 호텔롯데가 10%, 롯데물산이 75%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물산은 호텔롯데가 61%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호텔롯데는 다시 롯데쇼핑, 제과, 칠성음료가 3~7%에 해당하는 지분 배당금 지급으로 후방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고리가 누적되다 보니 투자 측면에선 이로울지 몰라도 그룹 지배구조 복잡성은 크게 늘어났다. 롯데家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롯데 순환출자 고리수는 416개에 이른다. 삼성이 10개, 현대자동차가 3개, 한진이 1개인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로 알려져 있는데 순환출자 덕분에 극소의 지분으로도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도 계속해서 눈 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자신의 재산 일부를 넣어 대주주 지위로서 빵집을 만들고 모 회사의 영업망과 보유하고 있던 자릿세 높은 구역을 내줌으로써 빵집의 가치를 높인다. 이는 빵집의 주요 주주로 있던 재벌 자제의 현금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모 기업의 지원으로 손쉽게 재산을 증식한 셈이 된다. 결국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기보단 모 기업을 동원하여 손쉽게 재산을 불릴 수 있다. 롯데도 지금은 철수한 브랜드 포숑의 대표이사와 롯데시네마를 맡고 있는 기업 대주주 관련해서 이 예와 비슷한 형태를 따라가 논란이 됐다.
제2롯데월드는 자사 계열 회사를 도와주는 패턴들이 집약되고 반복되는 결정체다. 이러한 순환 구조가 지속되는 이상, 유통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공고한 롯데의 입지는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사진 촬영: 11월)
'생각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짠물 경영'으로 모은 돈의 행방 (0) 2016.07.10 5조원의 '회계 사기', 믿을 데가 없다 (0) 2016.07.07 불패할 것만 같았던 거대 학원 (0) 2015.12.13 인생설계와 진로 수업 소감문 (2013.12.11) (0) 2015.05.04 피자헛의 위기? (0) 201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