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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장면마다 체제와 계급, 상황의 모순을 응축했다. 물론 리얼리즘적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상징 자본인 학위를 대체하는 과정과 순진무구한 인물을 이용한다는 점은 확률이 지극히 낮아 보인다는 점에서 영화적 세계를 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구축해놓은 세계는 영화상으로만 박제하기 어려운 현실의 연장선이다. 지상과 지하의 수직적 분리, 생의 최전선에서 생기는 냄새에 대한 폄하는 사회가 마주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은 그럴듯한 예우, 온화해 보인다는 수식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응축된 모순을 응시하지 않는 한 존엄은 한낱 것으로 언제든 치부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그 점을 기생충처럼 주제로 짚은 영화는 근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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