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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의 날. 얘기가 이미 나온 것처럼, 늦은 밤 본 영화의 짜임새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인물은 평면적이고, 대결 구도도 도식적이며 세 분파의 흐름이 유기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짚을 부분이 있다면 극의 서사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는 점이다. 전화국에 불이 나자 통신망이 마비되는, 잠재된 위험이 현실화되자 위기관리의 불안이 느껴지는 2018년과 경제위기에 무력했던 1997년은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위기 대처에서 점점 국가의 한계는 뚜렷하지만 이를 보완할 언론도 위태해 보인다. 영화에선 유독 경제위기 당시 언론의 리포트가 반복되는데, 부도와 실직, 위기를 다룬 기사가 받아쓰기처럼 재생된다. 반면, 곪아가는 경제에 대한 지적은 부실해 보인다. 관변을 향한 의존적 쓰기의 결론은 우리가 아는 대로다. 정보 나올 데가 마땅치 않은 탓이라는 얘기도 지나서 보면 면피의 일부분일 수 있다. 선견지명은 아니더라도 상황 인식에 보탬이 될 기사가 많아져야 할 텐데, 여러 이유를 배경 삼아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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