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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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서 체감한 극장의 효용성(미드나잇패션)영화/영화제 2024. 10. 12. 15:39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밤샘 상영을 하는 '미드나잇패션'을 예매했다. 한 작품을 상영하면 15분 휴식하고 난 다음 연이어 작품을,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세 작품을 상영한다. '미드나잇패션'은 가장 수용 인원이 많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다. 세 개 층에 걸쳐 가득 메운 관객들이 밤새 함께 작품을 관람한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이색적이다. 누군가는 피곤함에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눈을 붙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영화를 본다. 샌드위치도 파는 영화의전당 카페 뤼미에르도 새벽까지 붉을 밝힌다. 극장에 밤에 들어가서 나오면 어느덧 새벽녘이다. 작품들이 연달아 상영되는 동안 도중 이탈하는 관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정 영화에 관심 있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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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대한 소고영화/영화제 2024. 10. 10. 00:4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논란이 됐던 지점엔 개막작이 있었다. 그간 영화제에선 유수 독립영화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기에 OTT 기반의 역사물은 의외라는 얘기가 나왔다. 박광수 이사장을 포함한 관계자 인터뷰를 보면 극장에 관객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재미를 겸비한 완성도 있는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내부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나름 일리 있는 얘기다. 개막식에는 영화 팬 이상으로 배우들을 보러 오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영화도 단계별로 접근 가능한 부분이 있다. 커트는 많고 쇼트 길이는 짧아 박진감을 더하는 액션영화와, 고답적인 대화로 이뤄진 롱테이크 위주의 영화는 주는 흥미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를 자주 접하지 않는 관객으로선 영화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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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와 '장손'영화 2024. 9. 15. 00:47
'딸에 대하여'는 최근 개복장 중 만듦새가 좋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극 중 노년이 위치하는 지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노년은 수발의 대상으로 그려지는데, 늙으면 몸과 정신이 쇠한다는 노년의 전형성을 파괴하는 순간 극의 스토리 역시 파괴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년의 전형성은 스테레오타입이지만 이를 답습하지 않으면 어머니와 딸에 관한 이야기의 추동력은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이는 노년의 전형성을 고스란히 따라가지는 않는 '장손'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육체와 정신이 쇠해보이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전부로 그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육체와 정신이 쇠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는 추동된다. 예측 불가능성과 불규칙, 불편함이 언제든 잡입할 틈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딸에 대하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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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육림극장 영사기사 심상용의 영화인생 40년(씨네21 중)영화 2024. 8. 23. 12:12
출처: http://cine21.com/news/view/?mag_id=989 마음은 언제나 꼬마 토토심상용 아저씨는 춘천 육림극장의 영사기사다. 원래 나이는 쉰일곱, 호적 나이로는 쉰넷. 초로의 나이지만 열여섯에 시작한 영사기사 경력이벌써 40년이 넘었다. 그를 만나러 육림극장을 찾아가www.cine21.com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심상용씨는 거의 까막눈이다. 대강 읽기는 하지만 쓸 줄은 모른다. 자신만의 글자가 있어서 그가 ‘프린스’라고 써놓은 글자를 보고 다른 이들은 ‘슈즈’라고 읽는다. 그래서 그에게는 아직 영사기사 자격증이 없다. 35년 동안 공부하고 또 했지만 불합격, 불합격. 아침부터 밤까지, 휴일도 없이, 명절날 남들 “떡에 술에 잘 먹을 때”도 영사기를 떠나지 않았던 그는 60점에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