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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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7) 역사적 인물에 조명을 하기 시작한 박광수영화 2020. 5. 4. 22:49
박광수는 현대사에서 다뤄볼 법한, 그러나 아직 다루지 못한 인물에 대한 조망으로 다음 영화를 골랐다. 그 시작은 1995년 영화 이었다. 전태일이란 인물은 박광수가 추구하려 했던 약자에 대한 시선, 인간 그 자체보다 분단 이데올로기에 우위를 두면서 생겨나는 부조리, 그리고 사회 의식적인 부분과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 있었다.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전태일의 분신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반복될 물음을 낳은 것이었다. 분신은 노동 실태를 전면에 알리고, 노동운동의 불쏘시개가 됐지만 과중한 노동 시간과 메탄올 실명과 같은 노동자의 재해가 반복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노동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안겨주는 매개가 되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박광수가 영화의 소재로 전태일을 고른 건 박광수 본연의 색채와 의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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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6) 피해자의 서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 섬에 가고 싶다>영화 2020. 5. 3. 23:28
박광수도 이를 고민했는지 다시 국내에 집중한다. 박광수는 다시 한 번 ‘공간’에 집중하는데, 이번엔 섬이었다. 1993년 영화 다. 는 임철우의 소설 원작을 각색한 것으로, 박광수는 임철우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여 섬이란 장소를 통해 분단 의식의 장르를 잇는다. 영화는 첨예한 갈등에서 시작한다. 아버지 문덕배(문성근 역)의 아들, 문덕구(문덕배 역과 동일)는 유언에 따라 죽은 문덕배를 배에 싣고 고향이었던 섬으로 오려 한다. 그러나 무슨 영문에선지 섬사람들은 문덕배를 받아들이는 데 극렬히 반대하고, 그나마 섬에 당도한 김철(안싱기 역)에 의해 회상이 펼쳐지면서 관객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문덕배는 자신의 부인과 자녀를 돌보지 않다가 외도를 하여 정을 통한 여성을 임신하게 하고, 부인이 죽자 그 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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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5) 첫 ‘올로케이션’ 촬영, <베를린리포트>영화 2020. 5. 1. 20:01
박광수가 향한 곳은 이제 ‘해외’였다. 해외는 ‘프랑스’와 ‘베를린’이었다. 박광수의 세 번째 장편 영화는 1991년 6월 개봉한 였다. 제작은 1990년 12월 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 해 10월 서독과 동독의 통일로, ‘통일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시점이었다. 박광수는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파리로 출국하기 전, “영화의 주제는 사랑이며, 이 사랑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하나의 감성적 대안 「분단의 아픔조명 ‘베를린 리포트’ 눈길」, 한겨레, 1990.12.23. ”이라며 영화의 제작 의도를 분명히 했다. 즉, 냉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화해의 물결이 찾아온 이 때, 독일의 통일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보자는 의도였다. 영화는 제작에 들어가면서부터 화제를 남겼는데, 일단 투입되는 자원부터 박광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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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신구라>,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2017)영화 2020. 4. 30. 22:28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인간은 오래도록 번민을 거듭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햄릿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말한 것처럼, 생사를 선택하는 건 인간의 난제였다. 인간은 본디 죽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죽음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사후 세계를 전해 듣고 이승으로 돌아와 말해준 인간은 지금껏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승과 사후의 단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한층 고양한다. 어떤 문제를 정면 돌파할 때, ‘죽기 살기로 각오한다’는 말이 입길에 굳어진 것은 죽는다는 행위가 극도의 도전을 요구한다는 것을 사뭇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태어나면 무릇 죽게 돼 있다. 그러나 죽음의 흐름을 거슬러, 인간은 “죽어보겠다”며 죽음에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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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4) '그들도 우리처럼'영화 2020. 4. 30. 22:18
“탄광촌에 한국 사회를 축약시켜 보겠다” 박광수는 시선을 도시의 빈민 노동자에서 탄광으로 옮긴다. 박광수의 차기작은 1990년 이었다.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박광수는 제작 의도에서 “이 영화는 단지 탄광촌이란 무대를 빌렸으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축약시켜 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시무(2010), 「박광수 감독의 영화세계 - 분단시대의 작가정신 혹은 역사의식」, 공연과 리뷰, pp.31~43 그의 의지는 허상이 아니었다. 의 얼개는 이렇다. 80년대 후반 한태훈(문성근 역)은 운동권에 몸담다 수배자 신세가 된 나머지, 김기영이란 가명으로 강원 탄광촌으로 몸을 피신한다. 탄광촌엔 연탄공장 사장의 아들 이성철(박중훈 역)과 이성철의 폭압 아래 몸을 팔아 사는 다방 레지 송영숙(심혜진 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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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3) 첫 장편 데뷔작 <칠수와 만수>영화 2020. 4. 29. 23:06
다만 박광수는 충무로 제도권 영화들로부터 덜 영향을 받은 감독이었다. 영화의 사조를 접하게 된 건 ‘얄랴셩’ 활동과 프랑스의 유학을 통해서였고, 이장호 밑에서 잠시 연출을 하기도 했으나 이는 일시적이었다. 박광수는 87년을 끝으로 첫 장편 데뷔를 위해 제작 구상에 착수한다. 그것은 였다. 는 대만 작가 황준민 단편소설 을 각색한 것으로, 박광수가 활동했던 연우무대는 이를 희곡으로 무대에 올렸었다. 당시 에서 칠수역을 하던 배우는 문성근이었지만 박광수는 영화에 연우무대의 배우를 기용하지 않고 대신 안성기와 박중훈을 주연으로 했다. 1988년 개봉한 는 에 이은 박광수의 또 다른 실험터였다. 박광수는 에서 정적인 화면에 롱테이크로 촬영하는 기법을 택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흔하지 않은 촬영 기법이었다. 오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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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영화 2020. 3. 20. 16:31
영화 기생충. 장면마다 체제와 계급, 상황의 모순을 응축했다. 물론 리얼리즘적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상징 자본인 학위를 대체하는 과정과 순진무구한 인물을 이용한다는 점은 확률이 지극히 낮아 보인다는 점에서 영화적 세계를 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구축해놓은 세계는 영화상으로만 박제하기 어려운 현실의 연장선이다. 지상과 지하의 수직적 분리, 생의 최전선에서 생기는 냄새에 대한 폄하는 사회가 마주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은 그럴듯한 예우, 온화해 보인다는 수식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응축된 모순을 응시하지 않는 한 존엄은 한낱 것으로 언제든 치부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그 점을 기생충처럼 주제로 짚은 영화는 근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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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일영화 2020. 3. 20. 16:30
좋은 영화의 기준 중 하나를 고르라면 개별적 삶을 깊게 다루는 것을 꼽겠다. 적지 않은 영화들이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서사의 감동을 위해 동원한다는 느낌을 준다. 가령 현실을 다루면서도 감정은 과잉하는 경우다. 감정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인위적으로 보이면 과잉이 일어난다. 영화 은 세월호 사고의 슬픔을 다루면서 과잉에 빠지지 않았다. 넘겨짚지 않고 일상을 바라본 결과다. 과잉은 다른 무엇보다 관객을 잡아두기 위한 목적이 뚜렷하다. 그러나 서사를 완결하더라도 괴리를 낳는다. 신파를 긍정하지만 과잉은 경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