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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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 뿌리가 시들면 끝이다영화 2016. 12. 26. 02:29
예견은 아니 땐 굴뚝에서 잘 안 나온다. 예견엔 예측이 있고 예측엔 그것에 대한 근거가 담겨있다. 재앙은 예견이 묵살되다가 터진 파국이다. 묵살된 예견이 켜켜이 쌓여 모아지다가 어떤 커다란 충격을 받아 현실이 되면 재앙으로 직행한다. 영화 판도라의 원전 사고도 이런 수순을 밟고 한반도 동남권을 집어삼키는 사상 최대 재앙이 됐다. 잘못에 자책이 뒤따르듯 재앙이 벌어진 뒤 되돌아보면 그간의 예견들이 재앙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을 통감하게 된다. 그러나 깨달은 순간은 늦었다.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예견은 왜 제구실을 못하고 재앙을 허하였단 말인가. 예견을 주시하기커녕 정당한 이유 없이 작정하고 소멸시켜버린 결과다. 영화에서 예견의 첫 불을 땐 건 베테랑 원전 소장(정진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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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② 신파와 희망 (①에 이어, 스포일러 포함)영화 2016. 8. 21. 14:17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신파 위주로 전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감염된 석우(공유)가 갓 출생한 딸을 안은 모습을 회상하며 자살을 감행하는 대목이 비판 타깃으로 부각됐다. 차라리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회상했으면 나았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굳이 감독이 해당 장면을 넣기로 결정한 것은 '단절'이 아닌 '연속'을 강조하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과 사의 기준만으로 보자면 사람은 종국엔 이승과 단절한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낸 것은 때론 영원하다. 발명품 자동차만 해도 7, 80년대에 굴러가던 것이 박물관에서 후대와 마주해 당시 상황과 느낌을 공유한다. 사람은 부모와 사람 간의, 그리고 사람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통해 영향을 받고 그 받은 영향을 어딘가에 끼친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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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① 허망함과 허무함 (스포일러)영화 2016. 8. 20. 13:12
멀쩡한 사람이 좀비에 감염되면 주위 사람을 감염시키려 혈안이 되는 것이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이다. 이러한 구성은 자기만 살겠다고 주위의 감염되지 않은 누군가를 사지에 내 몰수록 도리어 좀비만 늘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이 겨누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영화 중반부가 지나고 부산행 KTX 열차에서 좀비로부터 안전한 곳은 조종실을 빼면 15호칸과 16호칸뿐.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과 이 남은 두 공간이 맞물려, 공존의 져버림 끝이 어떠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좀비를 누구보다 앞장서 막았던 상화(마동석)는 15호칸 승객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은 탓에 14호칸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다 감염된다. 좀비를 막는 매 순간 든든했던 상화는 이제 좀비의 일원이 되어 15호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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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일 뿐이다"영화 2016. 8. 17. 23:14
교육부에 몸담은 한 고위직 공무원이 국민을 짐승에 비유했다가 지난달 파면이 확정됐다. 당시 언급된 짐승은 900만 관객을 넘긴 어느 영화 속 논설주간이 빗댄 짐승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그 영화를 보는 동안 '대충 알만한 지위와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도 저 논설주간과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이 설마 현실에 있을까'라는 의문은 결국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공복을 입은 그 공무원은 국민을 두고 귀천을 따졌다. 나라가 어려움이 있을 때 으레 나오는 국민적 호소엔 귀천이란 없었다. 신분 질서가 공고했던 조선 시대에도 전쟁의 풍전등화 앞에선 그랬다. 국민 모두가 결국은 협력하고 함께 해야 할 대상이라는 진리는 역사와 시국이 증명한다. 그 공무원은 영화 속 대사를 본떠 이를 역행하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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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영화 2016. 4. 15. 13:28
수영 대회에서 연거푸 4등을 하는 초등학생 아이, 수영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등수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엄마는 열불이 난다. 만년 4등을 하면 메달은 고사하고 수상 실적 채워 아이를 대학 보내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엄마는 시시콜콜 "구질구질한 삶을 살 래" 아이에게 압박을 준다. 교육과 사회 현장이 그물처럼 쳐놓은 '성공의 등식은 곧 성적'이라는 것을 자식에게 강압적으로 규정해버리는 순간이다. 급기야 엄마는 메달을 위해 피멍은 예사로 남기는 폭력 강사를 아이에 맡기기에 이른다. 이른 새벽,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없는 1대1 교습 시간. 강사는 자기가 세워놓은 기준에 못 미친다 싶으면 아이에게 가차 없이 매질한다. 아이의 등 쪽과 엉덩이의 멀쩡했던 피부는 온데간데없고 피멍이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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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영화 2015. 3. 28. 00:23
조금 늦은 저녁, 동네를 걷다가 영화관에 들러 '킹스맨'을 봤다. 박스오피스 2위 답게,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그 재미가 신선한 건 아니었다. 가공의 힘에서 비롯된 재미였다. 스파이, 원격조종, 서바이벌... 영화 대부분 요소는 어디서 본 듯한 구성으로 이뤄졌다. 물론 볼거리가 무한한 가운데 신선함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했었다. 또 가공이란 것도 시중에 나와 있는 수학 논리들을 두고, 이를 모아 문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처럼 어려운 과정임엔 분명하다. 가공한 게 신선한 것보다 더 재미가 있다면 그것도 커다란 성과일 것이다. 새로운 것만 주야장천 내놓을 수 없는 다른 드라마나 영화도 극 구성의 대부분, 때론 전체를 가공하는 데서 만들어낸다. 그런데도 어느 작품은 실패하고,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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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시장, 1:1 대결의 가능성영화 2013. 6. 26. 11:24
멀티플렉스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메가박스'가 매각 매물로 나왔다. 현재 점유율 1위는 CJ그룹의 'CGV', 2위는 롯데그룹의 '롯데시네마'이다. 메가박스는 과거 오리온그룹의 미디어 주력 사업이었다. 당시 오리온그룹은 영화채널 OCN, 수퍼액션, 캐치온 등을 보유한 온미디어의 모회사였으며 영화배급사 미디어플렉스를 소유하고 있었다. 영화 케이블 채널, 배급사, 극장까지 거느리면서 영화 개봉과 유통의 원스톱 구조를 형성했다. CJ그룹도 오리온그룹과 비슷한 사업 구조를 지녔다. CJ는 CJ미디어를 필두로 홈CGV, XTM 등의 영화채널과 극장 CGV와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를 소유했다.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은 불과 7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미디어가 주축인 오리온그룹과 CJ미디어가 대표격인 CJ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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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미제라블'을 이끈 세 개의 축영화 2013. 1. 11. 04:40
영화 레미제라블은 세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째는 '젊음', 둘째는 '사랑', 셋째는 '주관'이 그것이다. 영화에서 3개의 축이 화두를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1. '젊음'영화에서 프랑스 혁명의 주동 세력은 젊은이들이다. 혁명 세력은 항거를 통한 불의의 종말을 꿈꾼다. '젊음'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표상이며 구시대적 제도와 발상을 타파하고 자신들의 가치와 부합하는 사회를 열망한다. 영화에서 '젊음'은 불의의 불복종, 정의적 가치관의 실현을 위한 전투적 행동과 사고이며 사랑과 같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혼돈의 시기를 나타낸다. 장발장의 통탄의 반성은 젊음의 소중함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젊음의 커뮤니케이션은 악행으로 더럽혀진 것이 아닌, 선의와 정당한 행동으로 신가치의 창조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