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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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1947 보스톤영화 2023. 10. 2. 18:04
영화 '거미집'을 보며 한없이 웃었다. 그렇다고 실없지 않았고 감독 초기작 '조용한 가족'처럼 해학이 주는 묘미를 즐기면서 절로 나온 웃음이었다. 그만큼 근래 개봉작 중에서도, 김지운 감독 작품 중에서도 작품성이 빼어나다. 송강호 입을 빌려 반복되는 '나를 믿으라'든가 '고통이 없으면 사는 게 아니다'는 창작이 내포한 숙명을 보여줌과 동시에 삶을 긍정으로 환원하는 철학을 펼쳐 오락거리로만 작품을 소비하지 않게 한다. 영화 속 감독은 결국 재기하는데 공교롭게도 같이 개봉한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이 오버랩됐다. '국뽕'과 '신파'에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진정성은 뒤로 하고 상업성을 전면에 내세운 결과였는지 모른다. 강제규 감독은 진정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진정성에 기반을 둔다. 이번 작품은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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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체리향기(1997)와 관습영화 2020. 5. 10. 22:48
살면서 경계할 것은 많지만 ‘관습’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살면서 무수한 관습을 마주한다. 가령, 이런 상황에선 행동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뻔한 애기들. 관습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관습에 의지하지 않는 삶은 어쩌면 피곤하다. 관습에 벗어나려 매 순간 행동과 판단을 바꿔보려 한다면 머리가 아마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경로가 관습에 의존적이라면 결정적 순간에는 해를 입을 수 있다. 이미 밥벌이를 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내는 그 순간부터 관습에서 탈피하라는 말을 듣고 있다. 월급을 받는 순간에도 관습에서 벗어나라는 명령은 유효하니 관습이 어느덧 삶의 위협적인 요소가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관습은 위험하다. 사람을 으레 가늠 짓고, 판단하는 것, 이 또한 관습이다. 매사 모든 사람과 사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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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11) 박광수가 남긴 자산영화 2020. 5. 8. 18:51
박광수의 고민은 ‘새로움’으로 응축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2007년 개봉 이후 지금껏 신작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새로움’의 구현에 있어서 성에 못 미친 결과와 더불어, 참신한 시나리오로 신진 감독이 지속적으로 발굴되는 상황에서 본인 스스로가 잠시 뒤로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겹쳐 벌어진 결과가 아닌가 한다. 박광수가 그간 추구해오던 약자에 대한 시선, 분단 의식 또한 박광수 연출부에서 일하던 이창동을 비롯한 후대 감독들이 추구해왔고, 또 시대 변화에 조응하는 영화들도 대거 나오고 있다. 와 같은 영화가 당대 선구자 노릇을 했다면 현대에 들어와선 그런 평가를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한 균열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게 이었고, 는 도리어 과거작보다 퇴보했다는 평을 받으며 박광수는 대중의 시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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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10) 가장 최근작, 2007년 <눈부신 날에>영화 2020. 5. 7. 21:18
는 전작들과 달리 박광수가 기획한 게 아니다. 영화의 원안은 정훈탁 싸이더스HQ 대표가 냈고, 박광수 연출부에 속했던 김성수 감독을 통해 정 대표가 연출 의뢰를 해온 것이다. 박광수는 변화가 필요하던 시기, 이런 유형 영화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주제도 의미가 있어 시작했다고 밝혔다. 배장수, 「8년만의 신작 ‘눈부신 날에’ 박광수 감독」, 스포츠경향, 2007.04.20. 그러나 이 영화 또한 과 마찬가지로 평단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 비판의 기저엔 문제의식이 약화된 진부함에 있었던 탓에 가벼이 넘어갈 비판이 아니었다. 박광수가 8년 만에 장편 복귀를 선언했을 때, 과거 박광수 영화들을 봐왔던 이들은 기대를 감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대치는 안타깝게도 못 미치고 말았다. 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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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9) 두 편의 실험작, <빤스 벗고 덤벼라>와 <얼굴값>영화 2020. 5. 6. 17:25
빤스 벗고 덤비라니,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오프닝부터 남녀가 관계를 나누는 장면의 흑백 사진이 연거푸 나오는데, 박광수의 전작들을 종합하면 이 역시 도발적이다. 이후 잠시 영화 제작 곁을 떠나 부산영상위원회 초대위원장을 맡고 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에 출강하면서 바삐 보내던 박광수가 내놓은 신작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에 나선 박광수는 영화의 모티브를 과거 경험에서 따왔다. 촬영 중, 에로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안소영씨가 벗는 장면에서 고민하는 걸 봤다고 한다. 당시 안소영시는 에로배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지한 연기자로 변신을 꿈꾸고 있었으나 여기서도 벗어야 한다는 게 고민이 됐나 보다. 허문영, 「디지털, 디지털, 레볼루션 [2]」, 씨네21, 2000.03.21. 박광수는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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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8) 첫 조선시대 ‘사극’과 ‘실패’(이재수의 난)영화 2020. 5. 6. 03:18
그로부터 3여년이 지나 박광수가 택한 건 이재수란 인물이었다. 1999년 개봉한 은 현기영의 소설 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당시 35억 원이란 ‘블록버스터’급 규모로 만들어졌던 영화다. 이때부터가 박광수 필모그래피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으며, 종전의 호평들이 사그라지는 계기가 됐다. 은 흥행에서 참패를 했는데, 그 참패의 성격이 와 동격으로 논할 것이 아니었다. 영화의 배경은 1901년이다. 군수 채구석(명계남 역)의 심부름꾼 이재수(이정재 역)은 마을에 닥쳐온 격랑에 휩싸인다. 그 격량은 제주민 사이의 종교를 둘러싼 대립이었다. 천주교인들은 양반, 계급 사회 혁파를 내걸고 제주민들로 하여금 행패를 부리고, 이에 천주교인에 앙심을 품은 제주민들은 반격에 나선다. 채군수의 심부름꾼이었던 이재수는 이 대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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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티스트>, 영화의 미덕, 본질영화 2020. 5. 4. 22:58
시대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본질이 그것이다.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들 한다. 미디어, 특히 저널리즘이 그렇다.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는 어떤 기교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콘텐츠의 충실성과 취재의 진실성에서 비롯된다. 본질을 두고 해석이 천차만별이었다면 저널리즘의 신뢰를 높일 방안의 경우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비교적 명확하다. 본질의 영역은 제한적이지 않지만,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영역이 분명 있다. 비단 저널리즘뿐 아니라 사람의 인심을 얻는 행위와 관련된 산업에는 본질이 존재한다. 백종원이 음식점을 탐방하며 지적하는 내용은 대개 본질과 관련한 것이다. 맛과 서비스의 질이 낮으면 본질과도 거리가 멀어진다. 다만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는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