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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하나하나에... 군대 악습, 멀리 있는 게 아니다쓴 기사/기고 2017. 11. 1. 17:14
[24개월 병영 기록 ⑩]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언어' 악습들 [이전 기사: 자대 배치, 사격에서 희비 엇갈려] 진주에서 서산으로 가는 여정,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2개월여 훈련과 교육을 마치고 군 생활의 본격적인 첫걸음을 뗀 셈이었다. 그 걸음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야 했다. 주위를 두루 살피면서 건너야 할 텐데, 가볍게 내달려서도 안 됐고, 빠른 적응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무겁게 걸음을 옮기는 것도 안 될 일이었다. 뭐든 눈치를 봐야 했다. ▲ 경례는 군인으로서 기본예절로 통했다. 신병이라 간부는 물론이고, 일병, 상병, 병장 부대 전 구성원이 눈에 보이면 경례를 해야 했다. 경례 공식은 이랬다. 선임 눈을 마주한다는 기준으로 사무실에서 반드시 한 번, 생활관에 돌아가서 또 한 번 경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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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5분 만에, 화장실은 0번... 간호사는 힘들다 (7.26)쓴 기사/기고 2017. 11. 1. 17:13
[너무나도 피곤한 노동자들 ② - 간호사] 열악한 노동 환경... 화장실은 '꿈', 물 한 모금 못 마신다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김지현] 긴장이 느슨해질 밤 8시, 긴장에 흠뻑 젖은 누군가는 하염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된다. "밥 좀 드셨나요?" 3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난 19일 서울의 한 사립대 병원, 정형외과 병동. 이곳의 사령부인 '스테이션'에서 세 간호사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주시한다. 오후 6시에 저녁 식사가 병동에 올라왔지만, 2시간이 지나버렸다. 밥의 온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딱딱하게 굳었다.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따르릉 울린다. 다급한 보호자가 신호를 보낸 것. 이 병원 3년 차 간호사 A씨는 몸을 움직여 환자에게 간다. 환자는 열이 높은 상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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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소' 대량 출몰, "기온 상승과 북한산 때문" (7.26)쓴 기사/기고 2017. 11. 1. 17:12
강북 주민들, "17년 살았는데 처음 봐, 왜 도시까지 내려왔나" 의문... 기온 상승으로 번식 왕성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박정훈] ▲ KBS 뉴스에서 보도한 하늘소의 모습ⓒ KBS 캡처 "샌들 신고 나갈 수가 없다." "밖에 못 나가겠음. ㅠㅠ 얘기 듣고 한 번도 안 나갔음." "약속 때문에 길 가다가 기겁." 지난 25일, SNS상에 "밖에 못 나가겠다"고 하소연하는 서울 강북 지역 주민들이 속출했다. 장마와 폭염으로 불쾌지수가 극에 달하는 이때, 엄지손가락 만한 곤충이 서울 강북·도봉구 일대에 대거 출몰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강북구 우이동에서 식당을 영업하는 문옥순씨는 26일 기자와 만나 "식당 문을 열어놨다가 곤충이 길가에 깔려있어 닫아야 했다"면서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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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환데 많은 사람이 산다? <덩케르크>의 진짜 묘미영화 2017. 10. 29. 16:42
[리뷰] 개봉 하루만에 30만 관객 몰이... 와 본격 경쟁 예고 이미지 원본보기▲ 영화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2014년 영화 에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렸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신작 에선 현실의 시간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시간만 허문 게 아니다. 전쟁 영화의 통념도 같이 무너뜨렸다. 지난 20일에 개봉한 영화 의 배경은 독일군 기세가 등등하던 2차 대전 초기. 1940년 5월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침략하고 프랑스로 진격했다. 해안에 고립된 영국군은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해안을 활용, 남아있는 병사를 본국으로 보낼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덩케르크 철수 작전'. 유럽 평정을 노리는 독일군은 이를 가만 내버려두질 않는다. 철수 대상에 오른 병사는 한 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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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 엔딩곡으로 나온 이 곡, 정말 명쾌하지 않은가쓴 기사/기고 2017. 10. 29. 16:41
[내 인생의 BGM] 사시사철 듣게 된 'Radiohead'의 'Karma Police' 어떤 게 좋은 음악인가. 각자 머리에 그릴 곡이 있을 것이다. 갈래가 나눠진다. 마음의 전율을 일으키는 곡? 울적함을 가실 신나는 곡? 아니면 비장미에 젖어들게 하는 웅장한 곡? 사람마다 취향 차가 있다. 좋은 음악에 공통점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 그건 좋은 음악의 공통점이자 밑바탕일 것이다. 노래 부르는 건 죽어도 싫어하는 나지만, 노래 듣는 건 낙으로 삼는 나. 딱 한 번 듣고 '필'에 꽂혀 3년이 넘는 시간, 틈나면 찾던 곡을 소개한다. 전주가 울린다. 피아노의 선율이 마음을 살짝 적셔주면서 담담하게 흐른다. 청각에 신경이 모인다. 마음의 울림을 차츰 고조시킨다.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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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대 배치, 사격에서 희비 엇갈려쓴 기사/기고 2017. 10. 29. 16:40
[24개월 병영 기록 ⑨] 수도권 소재 부대 경쟁 치열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김도균] [이전 기사: 성 경험을 '격려' 소재로 삼은 조교, 심각하다] 메르스(MERS) 여파가 가시질 않던 2015년 6월 28일 일요일, 공군 훈련소를 떠나 당도한 곳은 군수학교였다. 규율이 훈련소처럼 엄격하긴 했지만 몸은 많이 편해졌다.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이 실내 수업이었다. 수업은 학교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관들은 훈련소처럼 강압적으로 병사를 억누르기보단 웃음을 주는 상냥한 간부였다. 훈련소를 생각하면 확실히 군수학교 밥이 잘 나왔다. 밥은 이등병 교육생뿐 아니라 간부 후보생, 교관에게도 공통된 밥이 나왔다. 훈련소 밥은 어쩌다 나오는 '에이스' 같은 과자가 주식으로 여겨질 정도로 악명이 자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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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르포] 24시간 맞교대 경비원... 송판 위에서 '쪽잠' (7.14)쓴 기사/기고 2017. 10. 29. 16:39
[노동자의 여름 ①] 임대아파트 300세대 책임지는 경비원 김주은씨의 10시간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박정훈] 땀이 줄줄 흐르고 목이 타들어 갑니다. 노동자들은 오늘 하루도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서 버텨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느덧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선 지금, 기획은 노동자들의 ‘여름 나기’를 그려냅니다. ▲ 경비원 일의 상당 부분이 분리수거 일로 채워진다.ⓒ 고동완 장마가 물러가고 땡볕이 살아나던 지난 11일. 김주은(71)씨의 발걸음은 빨랐다. "금년은 굉장히 덥네요." 구름이 걷힌 오후 1시. 쓰레기 더미로 간 김씨는 접히지 않은 상자를 들춰낸다. 김씨의 얼굴은 달아올랐다. 더미에선 역한 냄새가 슬금슬금 올라온다. "버릴 때 펼쳐주면 참 좋을 텐데..." 테이프를 일일이 떼어내 상자를 펼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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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상처 내는 영화의 딜레마, 풀릴 수 있을까영화 2017. 10. 29. 14:14
[리뷰] 홍상수 감독 20번째 장편 영화, 칸 영화제 경쟁 부분 진출작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곽우신] 이미지 원본보기ⓒ 전원사 "아름다워, 네가" "정말요?" 창숙(김새벽 분)은 봉완(권해효 분)을 안으며 '아름다움'을 확인받으려 한다. 창숙은 왜 봉완의 "아름답다"는 말을 단번에 받아들이지 않고 "정말 아름답냐"고 물어봤을까. 아름다움에 대한 '자기 회의'였을까. 지난 6일에 개봉한 영화 는 홍상수 감독이 전작 에 이어 3개월 반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는 전작보다 자전적 성격이 얕아지고, 홍상수 특유의 주제 의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야기의 얼개는 이렇다. 출판사 사장인 봉완은 직원인 창숙과 서로를 좋아하다가 아내인 해주(조윤희 분)에게 의심을 받는다. 창숙은 일을 그만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