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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완(kdw1412@nate.com)
최근 정부에선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포화된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이른바 지방분권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세종시와 이른바 혁신도시를 지방에 만들어 인구분산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의해 주요 정부부처는 세종시로, LH나 수자원공사등의 공기업등은 지방으로 현재 이전중이다.
그러나, 과연 공기업과 부처들만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진정한 지방분권화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KTX 호남선이 개통되면, 전국이 4시간 이내의 단일권으로 묶이게 된다. 교육, 문화, 언론등 기초 인프라가 지방에 미약하다면, 그저 부처와 기업만 옮기는 수준의 전략으론 인구분산은커녕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거나 국내에서 기러기 아빠를 양산해낼 수 있다.
따라서 부처, 공기업 지방 이전의 중요성에 못지않게 지방 인프라 확충에 소홀히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지방 인프라의 핵심축인 지방 방송이 현 시점에서, 수도권 방영 프로그램과 질적 차이에 따른 지방 시청자들의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방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면서 대한민국 언론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95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지방 방송의 일대 도약을 위해 주요 광역시에 민방 설립을 허가한다. 이에 대전의 TJB, 대구의 TBC, 광주에 KBC 부산에 PSB(후에 KNN 개칭)가 잇따라 설립된다. 이들 방송사는 SBS와 전국 네트워크 방송 협력을 맺고, 당시 서울방송 SBS 프로그램을 송출하기로 합의, 현재까지 그 편성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때 개국한 민방들의 대주주는 보통 그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었다. 예컨대, 대전 대덕시에 본사를 둔 우성사료가 TJB의 대주주이다. 이후 울산의 UBC, 강원의 GTB, 충청북도의 CJB, 전라북도의 JTV, 제주도의 JIBS가 잇따라 개국했다. 이들 방송사 역시 SBS와 협력을 맺고, SBS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민방들과 SBS는 지역민영방송협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보통 SBS 대표이사가 협회장을 맡는다. 그런데 이들 민방들이 과연 지방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먼저 SBS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70% 정도인데, 이 마저도 이전 방송위원회의 조치로 낮아진 것이다. 제도적으로 지역방송 시간을 마련해둬, 의무적으로 민방들은 그 시간에 지역 프로그램들을 내보내고 있지만 홍보와 프로그램 제작 예산 부족에 따른 퀄리티 저하 현상등으로 이 마저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목소리를 내는 건 8시 뉴스 중후반 부분 지역 방송 시간대나 60분 단위 토론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지방SO는 또 어떠한가. 지방SO 자체 보유 채널 역시 주요 케이블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그대로 틀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지방민들은 지방SO에서도, 민방에서도 사실상 수도권 거주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민방중 KNN만이 강력한 자본을 바탕으로, 자체 지방 드라마를 편성한 적이 있어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민방과 지방SO는 대단위권 거주 지역 방송사들의 자본에 밀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민방과 SO 방송사들은 낮은 예산을 가지고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수도권 방송사들이 제작한 프로그램 퀄리티등을 비교하면 현격히 차이가 날 정도로 벌어져있다. 즉 지방 방송과 수도권 방송에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질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들 지역 민방의 시청자들은 SBS 프로그램 방영을 촉구하며, 불만을 표시할 수 밖에 없다. 이들 민방은 7(SBS):3 비율로 편성되기 때문에 KBS, MBC 지방총국과 방송사의 자체 제작 편성 비율에 비해 훨씬 높은 상황.
지방 방송과 전국 방송의 질적인 차이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정부에서 강력한 지방분권화 정책 의지를 천명했다면 지방 방송의 인프라 확충 역시 지방분권화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고려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