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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정도전, 대하사극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대중문화 2014. 1. 9. 07:00

    고동완(kdw1412@nate.com)

    지난 4일 첫 방영한 KBS 대하사극 정도전에 대한 호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KBS가 과거 내놓았던 '천추태후'나 '광개토태왕'을 향한 세간의 초기 반응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른바 삼국 트릴로지의 작품 중 하나였던 '광개토태왕'의 경우, 방영 직후 2006년 방영된 '대조영'과 매우 흡사하게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며 진부하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사실 초기 반응과는 무관하게 대조영 종영 이후 KBS 대하사극은 내놓는 족족 침체를 맞이했다. 2008년 '대왕세종'은 방영한 지 얼마 안 돼서 사극이 제작 예산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명목 아래, 광고 수입의 충당이 가능한 KBS2TV로 편성이 이전됐다가 대내외적인 비판에 직면하는 비운의 프로그램이 됐다. 2000년 박권상 KBS 사장 시절, 고려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나 방영 시기가 늦춰진 2009년 천추태후는 역사 왜곡 논란과 전작에 한참 못 미치는 퀄리티, 극 중 개연성 부족 등의 이유로 10%대 시청률을 맴돌다가 종영했다. 36.7%의 최고 시청률을 구가했던 대조영과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후 KBS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장편 사극의 제작을 잠시 중단하고 '거상 김만덕', '전우' 등을 편성하지만 시청률 고전을 면치는 못했다.


    2010년부터 KBS는 '대하사극'의 부흥을 일으키고자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삼국 군주(근초고왕, 광개토태왕, 무열왕)을 조명하는 사극을 편성하기로 한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흥행에서 참패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그 배경에는 공통으로 장편 사극 특성상 제작비 부족에 따른 시청률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영상의 구현, 전작의 문제와 동일한 '진부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KBS는 세 작품 모두 제작하기 위해 천 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했으나 결론은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이 때문에 무열왕을 다뤘던 대왕의 꿈이 끝난 이후 KBS는 '대하사극'의 휴지기를 밝히고 내년 초에 사극을 재편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해서 '정도전'을 올해 볼 수 있게 됐다.



    '정도전'을 보면 과거 사극의 참패 이유를 분석하여 그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KBS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네 가지 부분이다. 첫째, 방영 편수를 전작보다 축소했다는 점이다. 대왕의 꿈은 80부작(70부작으로 축소 종영), 광개토태왕은 92부작, 대조영은 134부작이었다. 장기간 방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예산'이다. 보통 한 편 제작을 위해 3억 정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리한 장편 추구는 드라마의 전반적인 질적 저하로 귀결될 수 있다. 또 느린 전개의 장편보다는 속도감 있는 미니시리즈가 드라마의 인기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도 편수 축소의 배경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방영 휴지기와 관련, 이강현 KBS 드라마 국장의 조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내용을 잠깐 싣는다. "철저히 경제적인 이유에서 휴식을 결정했다. 평일 미니시리즈는 광고 수익으로 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얻지만 대하드라마는 시청자 서비스다. 50분 드라마 2편을 제작하는 데 주당 약 4억5천만원 가량이 투입된다. 6개월 간 방송한다면 1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1TV는 광고채널이 아닌 고로 비용대비 경제적 부담이 크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인 만큼 이해를 부탁한다. 오는 1월부터는 정치이념과 통치철학을 다루는 인물 중심의 대하사극 '정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둘째, 영상의 색감을 조정했다. 본래 KBS 사극의 화면은 '칙칙함' 혹은 '너무 밝음'으로 대변됐다. 그 때문에 KBS 사극을 보지 않는다는 시청자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KBS는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정도전에선 영화에서 볼 법한 색감을 영상에 구현하여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셋째, 사극 집필 경험이 부족한 신진 작가를 기용했다. 정도전 연출자 강병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속도감 있는 전개로 작품에 대한 흡입력을 높이고자 의도적으로 신진 작가를 기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사극에 한해 신인이었던 장영철 작가를 기용해 성공을 거둔 대조영의 사례를 일정 부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왕 중심의 사극 일색에서 왕을 만든 참모로 제작 시야를 돌렸다. 그동안 KBS 대하사극은 절대 다수 주인공이 '왕' 혹은 '군주'일 정도로 특정 지위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려졌다. 쏠림에 따른 진부함을 극복하고 참신함을 극에 배양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정도전'에서 KBS 사극의 긍정적 면면을 볼 수 있으나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머지않아 3-4회가 방영될 예정이나 최근까지 9회를 촬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드라마 질적 저하의 주범인 '생방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시청자의 관심은 작품의 초기 퀄리티를 방영 말미까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그 점이 최대 변수이자 관건이다. 편수를 많이 줄였다고는 하지만 60부작이 최근 시류를 비춰볼 때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다. 빠른 전개로 공민왕은 2회에서 퇴장했다. 나머지 58부작에 고려 권문세족과 치열한 다툼, 조선 개국의 과정 등을 어떻게 요밀 조밀 집어넣을 것인가 관심 가는 대목이다. 


    작년 말 KBS는 올해인 2014년부터 대하사극을 1년에 1번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대하사극의 폐지설이 나오던 가운데 사극 애청자로서 희소식이었다. 이번 '정도전'이 침체에 헤어나오지 못하던 대하사극의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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