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데뷔할지 기약조차 없는 연습생 101명을 모아놓고 11명을 뽑아 무대에 등장시키겠다는 의도, 그리하여 11명에게 데뷔 티켓을 줄 것이란 판을 만들어놨다. 프로듀스101 얘기다. 판은 마냥 준비하는 연습생에게 돌파구의 기회를 안겨줄 것이라 하지만, 그 기회는 연습생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시청자는 몰입감을 얻는 덫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회의 양면성이자 자극성이다.


101명 중 선택되지 못한 90명은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결국 돌파구가 사라지는 극단의 상황에 다시 내몰린다는 점이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키우고 자극을 극대화한다. 생의 터전으로 돌아갈 퇴로를 갖춰놨던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주는 자극의 강도가 격이 다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콘텐츠 파워지수(CPI)에서 무한도전과 복면가왕을 밀어내는 화제를 낳았다. 한층 강화된 자극과 고통 위에 화제가 물씬 꽃 피는 단면을 우리는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선택된 11명은 순행할 것인가. 떴다가 얼마 안 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아이돌 그룹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후의 1인으로 어렵게 선정된 이들 상당수도 반짝 이목을 끌다가 사그라들고 말았다.


데뷔를 예비하는 연예인은 도처에 있는데 이목의 집중을 낳는 매체의 판은 협소하고 한정돼 있다. 결국 시간의 흐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시간 바뀌는 화제에 못 견뎌낼 공산이 크다. 아니면 살아남고자 더 큰 자극을 주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감행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어렵게 티켓을 거머쥐고 도중 회군을 택하진 않을 터.


프로듀스101을 보고 마냥 즐거워하기엔 뒷맛이 좋지 않다. 지금 이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통용되고 보여주는 단면 하나하나가 문화 융성을 낳는다기보단 우리가 느낄 쓴맛을 예비하는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해서 말이다. 지금 살포되는 자극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 우리가 직접 겪고 느낄 쓴맛도 강해지진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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