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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저녁, 동네를 걷다가 영화관에 들러 '킹스맨'을 봤다. 박스오피스 2위 답게,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그 재미가 신선한 건 아니었다. 가공의 힘에서 비롯된 재미였다. 스파이, 원격조종, 서바이벌... 영화 대부분 요소는 어디서 본 듯한 구성으로 이뤄졌다.
물론 볼거리가 무한한 가운데 신선함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했었다. 또 가공이란 것도 시중에 나와 있는 수학 논리들을 두고, 이를 모아 문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처럼 어려운 과정임엔 분명하다. 가공한 게 신선한 것보다 더 재미가 있다면 그것도 커다란 성과일 것이다.
새로운 것만 주야장천 내놓을 수 없는 다른 드라마나 영화도 극 구성의 대부분, 때론 전체를 가공하는 데서 만들어낸다. 그런데도 어느 작품은 실패하고, 성공한다. 실패와 성공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공을 어떻게 할지가 성패를 가른 주요 요인은 아니었을까. 킹스맨을 보고 가공의 방법이라면 방법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영화는 극적 긴장감을 쉬지 않고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이 물에 허우적거리는 구성, 낙하하는 구성 등 생사가 걸린 장면들을 계속해서 넣어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 장면들은 물론 다른 데서 한 번쯤 본듯한 장면들이었다. 장면이 해결되면 긴장을 이완시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완할 때는 주연과 조연의 위트를 넣어 웃음을 줬다. 이어 다시 긴장을 높였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긴장을 완전히 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마치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 또 영화는 긴장을 주는 요인이 한 가지만 있다면 긴장감이 비교적 덜하지만,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면 더 커진다는 것을 십분 활용한 듯 보였다. 극의 마지막 즈음, 주인공이 악당과 대결할 때 동시에 엄마가 하나뿐인 딸을 죽이려는 상황을 보여준 장면을 그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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