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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과 성공회 성당을 비롯해 정동 일대가 담긴 낯익은 구도의 사진이다. 엊그제 서울시 서소문 청사 전망대에 들른 뒤 그냥 눈으로만 경관을 담고 자리를 뜨기도 뭐해 찍어본 것이다.
거리의 모습과 가을로 가는 변화상을 살펴볼 겸 동대문에서 걷기 시작해서 정동을 지나던 중 들렀다. 걷기 전 특별히 어디를 가보겠다고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청사에 전망대가 있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된 것이다. 돌담길을 걷다가 전망대 위치가 적힌 표지판을 보고 알았다.
정동을 바라보면서 느낀 건 시대 흐름과 공간이 단절 없이 오랜 기간 같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명동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만 해도 저층인 낡은 주택이나 아스팔트 바닥 공터였던 공간을 밀어내고 고층 건물들이 올라가면서 매번 변화가 뚜렷하다.
그러나 정동은 전경 중심에 덕수궁이 자리잡고 있고 오른쪽 옛 서울시청 건물의 경우 신청사에 뒤를 내주면서 원모습을 잃어버렸지만 본체만큼은 서울도서관으로 탈바꿈하면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망대에 중장년층이 많았던 것도 어쩌면 개발보단 원형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정동이 추억을 회상하기엔 최적의 장소라서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소문 청사에서 조금 떨어진 서울시립미술관을 갔더니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북한프로젝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북한 포스터와 우표, 사진 작품이 망라됐다. 전시장 입구엔 '우리의 소원'이 피아노 자동 반주로 한 음씩 끊겨 울렸다. 포스터와 우표는 작가들이 수집을 해서 선보인 것이었다.
포스터를 보니 표어 대부분이 ‘단결하자’, ‘협동하자’처럼 '~하자'로 끝나 있었다. 강한 어조로 주민들 참여를 촉구하고는 있지만 같은 얘기를 두고 계속 뭘 해보자는 반복의 식상함으로 그 설득 효과는 한참 사그라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화 작품도 여럿 전시됐는데 다소 생소해보이는 북한의 미술 양식과 교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었다.
미술관과 청사 거리는 시간상으로 걸어서 5분도 안 걸린다. 여유있을 때 한 번쯤 시간 내서 돌담길을 거닐며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