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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 향한 험난한 여정과 갈망... 그 판단을 도와줄 두 작품
    생각/영화 2017. 12. 22. 21:33

    [리뷰] 기자 세계 다룬 <아르곤>, 반전 스릴러 <인비저블 게스트>가 진실을 대하는 방식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유지영]

    '진실'은 본디 무겁다. 그러면서 갈구하게 된다. 사실만 모아진다고 진실이라 부를 순 없다.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걸 진실이라 부를 여지는 없다. 진실이란 두 글자의 말과 뜻이 일치하려면 사실과 사실이 이어지고 사실과 맥락이 연결되어야 하며, 맥락의 이면은 무엇인지 파악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지 않은 진실은 진실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며, 나열된 사실의 한가운데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과 개봉 중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는 진실의 형체를 살펴본 작품이다. <아르곤>은 기자의 세계를 다뤄 진실에 담긴 함의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 반면, <인비저블 게스트>는 증인의 입을 빌려 사건의 맥락을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내용 면에선 상반돼 보이나, 두 작품이 드러내는 진실에 대한 판단은 사실상 공통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고 당연한 수순이다. 진실의 귀착지는 한 곳이고, 진실에 담긴 함의 역시 사실과 맥락, 이면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점에서 진실의 판단 과정은 커다란 차이를 내기 어렵다. 그러나 진실은 최근 고 김광석 사인과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관련 기사: <김광석>이 던진 유의미한 질문, 그러나 영화는 허술했다)에서 보듯, 언제나 가볍지 못하다. 이건 단 하나의 예시일 뿐, 매일 수시간 범죄와 사건, 사고가 벌어지고 깊숙이 감춰진 진실을 찾으려는 여정은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다.

    <아르곤>과 <인비저블 게스트>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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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
    ⓒ tvN


    <아르곤>이 기자를 화두로 정하고 <인비저블 게스트>가 사건의 진실을 소재로 반전 스릴러 영화가 된 건, 진실은 복잡하고 무거운 것이지만 우리 일상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재차 강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굳이 길게 부연 않더라도 나라를 뒤집어놨던 최순실 게이트와 지금도 미제로 남은 사건들은 우리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고, 진실에 대한 갈망을 키웠다. 이들 작품이 진실을 다루려 한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오는 이유다. 

    지난 26일 종영한 <아르곤>은 방송국 H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아르곤 팀장 김백진(김주혁 분)의 지휘 아래 기자와 작가들이 미드타운 붕괴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친다는 게 극의 골자다. 그 과정에서 관료와 유착하여 진실을 덮는 데 주저함이 없던 보도국장 유명호(이승준 분)의 방해공작이 이뤄지고 경영진을 비롯한 상부에선 보도를 통제하려는 압박을 늘린다. 진실에 다가서긴커녕 있던 사실도 변조될 위기에 처한다.

    이는 세월호 사건과 과거 시사저널 파업 사태에서 보듯, 한국 언론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해도 쉽게 수긍이 갈 장면들이다. 혹자는 사실의 변조에 있어서 SNS와 1인 미디어의 시대라 어렵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SNS, 1인 미디어 사용자가 사실에 접근했을 때 얘기다. 취재력을 집중하고 발휘해 사실 너머 진실에 접근하기 쉬운 매체는 그래도 기존의 미디어들이다. 그러나 기성 매체가 진실을 전달하느냐 반문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진실을 위협하는 압박과 양비론, 프레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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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
    ⓒ tvN



    언론이 다들 공인하는 사실을 다룬다고 그것이 곧 진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기사의 '팩트'는 기본이어야 하고, '팩트'만 찬 기사는 진실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다. 그걸 집어낸 드라마가 <아르곤>이다. <아르곤>은 미드타운에 대한 사실을 취합하고도, 사건을 규명할 단서를 제공해 줄 일부 사실은 뒤로 한 채 상부의 압박 속에 다른 사실로 관료와 대담을 하게 된다. 분명 사실은 제공되는 데 사실이 선택되어 대담자 입맛에 맞게 시청자에게 제공된 셈이다.

    이건 <아르곤>만의 얘기도 아니고 한국 언론과 사회, 도처에서 빚어지고 있는 일이다. 진실로 징검다리가 되어줄 사실은 가라앉고 진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줄 사실을 띄어주는 행태 말이다. 여기엔 보도국장 유명호가 어느 한 현장책임자에게 붕괴 원인을 돌리려는 모습도 더해진다. 결국 분산된 시선은 한쪽의 그릇함을 덮고, 급기야 양비론까지 더해질 때면 책임의 근본 원인까지 소거되어버리는 상황이 빚어진다.

    그렇게 짜여지는 '프레임'의 위력은 진실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무시 못할 요인이 된다. <인비저블 게스트>에선 아드리안 도리아(마리오 카사스 분)가 변호사를 접선하고 말한 진술이 장면으로 시연되면서 그의 말은 추론할 여지없이 받아들여진다. 그의 내연녀 로라 비달(바바라 레니 분)이 죽은 것도, 아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피해자가 된 아버지 토마스 가리도(호세 코로나도 분)의 행위도 도리아가 규정해놓은 프레임에 관객의 시선이 갇힌다.

    두 작품이 진실을 마주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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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
    ⓒ 더블 앤 조이 픽쳐스



    진실로 가는 길목을 막는 데 눈 뜨고 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다층의 각도를 도입하자 지속될 것만 같던 프레임이 휘청인다. '다층'이란 도리아가 처음 만난 변호사가 사건을 계속 재구성해나가는 걸 말한다. 어느 하나에 시선이 몰려있을 때 다른 시선으로도 바라보아야 하고, 다수가 단정을 지어버릴 때 소수가 의심한다면 그 의심을 무작정 도외시해선 안 된다는 건 '다층'에 담긴 것들이다.

    <아르곤>에서 베테랑 기자 김백진도 이 대목은 후회한다. 전과 경력이 있던 사람의 제보를 믿지 않으려 했으나, 그 제보는 사실이었고 제보한 사람은 자해로 사실을 입증하려 했다. 최순실 게이트도 2014년 정윤회 문건이 발견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만 확인해보면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걸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면서 파장이 눌러진 뒤, 발견한 쾌거였다.

    그러나 진실을 향한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아르곤>은 기자직을 던지는 것과 같은 파고를 넘어야 했고, <인비저블 게스트>는 사건을 꿰뚫어야 했다. 웬만한 각오와 치밀한 준비 없이는 진실을 만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다만 진실을 대하는 기본 전제는 있을 것이다. <인비저블 게스트>처럼 사안을 바라보는 여러 군데의 각도가 필요하고, <아르곤>에서 보듯, 언론이 말한 사실이 진실로 명약관화하기 어렵다는 걸 일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드러난 사실에 의심의 의심을 거듭하되, 여러 갈래의 시선을 취합하여 사실을 바라보고 진실을 조망해야 한다. 단선적인 접근과 빠른 결론은 진실이 아닌 함정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한편으로 두 작품은 진실에 다가설 때 분에 겨워 감정이 움튼 경우도 있었으나 이내 감정의 선을 지켰다는 건 진실을 대하는 공통점이었다. 거짓과 사실, 진실에 대한 판별은 단시일에 내기 어렵다. 진실 앞에 눈은 부릅뜨되 관조가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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