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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황제> 푸이, 비판 가운데 위로를 건네고 싶은 이유(2017.9.18)
    영화 2018. 1. 27. 19:40

      바깥은 학생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총소리가 들려오는데 정작 궁궐 안의 황제는 이 소리를 듣고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미 궁궐 바깥은 대통령이 있는 공화국이다. 황제의 촉수가 뻗질 않는다. 황제의 영역은 오직 궁궐 안이다. 무기력한 궁궐에 비애감이 젖어든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에 대한 얘기다. 


      영화 <마지막 황제>는 말마따나 자금성에서 결국 짐을 싸서 나와야 했던 푸이의 생애를 그린다. 즉위식이던 날, 황궁 앞에 신하들이 도열하고 절을 올리지만 멋모르는 3살 꼬마 황제는 가만있질 못하고 쏘다닌다. 이 꼬마는 황제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환관으로 하여금 먹물을 마시라는 등의 기상천외한 지시를 내리지만 이내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먹먹함에 빠진다.


      그럼에도 그러한 슬픔은 오롯이 푸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몫이다. 어릴적 엄마로부터 떨어진 푸위는 고독한 나날을 궁궐 안에서 지내야 했다. 심지어 시력이 안 좋아 안경을 눈에 거는 것조차 궁궐 안사람들로부터 반대를 받아야 했으니 푸이의 처지가 어떠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위기 가운데 푸이는 어디 있었나



      이미 청나라는 나라의 국운이 기운 상태였다. 꼬마 푸이는 청년이 되고 성년을 맞이하지만 제 껏 몸부림쳐본들 기울어진 국운을 다시 세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푸이가 택한 건 자력이 아니라 외부의 힘이었다. 그것도 황제가 다시 되겠다는 허황된 꿈과 함께 말이다. 그 외부는 일본이었고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라는 자존심은 변절이란 비난을 들으며 허물어졌다.


      푸이는 말 그대로 일본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 황제란 타이틀과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을 권력을 부여잡는 데 일말의 희열을 느끼며 일본과 손을 잡은 결과는 참혹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잡으려 했더니 미래에 후대가 푸이를 기억하는 건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됐다. 황제라는 영광에 도취되어 미래의 이름을 먹칠한 셈이 된 것이다.


      이는 푸이의 명확한 한계이기도 했다. 황제라는 칭호를 받는다는 건 자신의 안위와 안락함이 생긴다는 걸 방증하는 또 다른 증표다. 그러나 일본으로부터 만주국 황제의 지위를 받는 그 순간, 중국의 국토는 일본군에게 유린됐고 중국인들은 대량 학살과 생체 실험을 당하는 등 모진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 가운데 푸이의 흔적은 없었다.


      1940년대 이후에서야 푸이는 만주국이 식민지가 아니라 일본과 정당한 관계를 맺는 나라여야 한다며 대신들에게 설파하지만 이를 수긍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력이 아닌 외력으로 얻어진 권력은 어디까지나 허상일 수밖에 없다는 걸 푸이는 뼈저리게 체감했을 것이다. 차라리 자기의 논리와 안위를 앞세워 일본에 몸을 의탁하기보단 국권 침탈에 항전의 의지를 내보였다면 지금 푸이에 대한 인식은 사뭇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연민을 보낸다


      그러나 푸이는 입으론 개혁을 말하면서도 실제 본인을 향한 개혁은 머뭇거렸다. 푸이는 일제 패망 이후 황제 권력을 박탈당한 감방에서도 칫솔을 주는 재수자에게 ‘치약을 잊었구나’라며 지시하는 모습을 내보인다. 본인의 개과천선은 늦었고 그로 인해 본인 입에서 나오는 개혁이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부인도, 자금성에서 데리고 있던 대신들도 푸이의 일본행을 염려했었다. 푸이는 스스로의 의지로 일본행을 결심했고 이는 안위의 유지로 점철된 행위였다. 그럼에도 푸이에게 연민이 가는 것은 먹고 먹히는 국제정세의 각축전에서 희생양이 된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궁뿐 아니라 황후마저 무력하게 보낼 수 없었던 푸이의 그 모습은 한편으로 마음에 눈물을 적신다. 어머니와 매사 가까이 지낼 수 없었던 어린 시절 푸이, 한참 성년이 된 이후에 만주국에서 황후가 떠나고도 얼굴 한 번 볼 수 없었던 그 아련함. 한편으로 푸이에게 위로를 건넬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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