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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전투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조인성이 양만춘으로 등장한다는 것보다 관심이 갔던 건 이전작과의 차별화였다. 이미 드라마로 KBS '대조영'과 SBS '연개소문'이 안시성전투를 다룬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나 만들어진 영화 안시성은 양만춘을 불굴의 영웅에다 고뇌의 인간미를 덧입힌 것 외에는 이전작을 복기하는 데 머무른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희생과 용기, 투지를 가지면 승리의 환희를 얻는다는 도식적인 전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탓일 것이다. 차라리 고구려 멸망의 단초가 된 평양성전투를 영화화하는 건 어땠을까. 실패의 역사이지만 그 가운데엔 투지와 용기 같은 으레 나오는 상황뿐 아니라 위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민낯과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함께 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차라리 교훈적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사 입장에선 모험이긴 하겠지만 승리의 역사만을 반복하는 건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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