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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에게 좌표 설정은 중요하다. - 생각의 좌표를 읽고생각/책, 음악 2011. 1. 6. 01:19
우리에게 좌표 설정은 중요하다. - 생각의 좌표
고동완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며 산다. 나는 본래 인간이란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하는 생각의 구조는 어떻게 해서 굳어졌는지 그동안 되돌아 볼 기회가 없었다. ‘생각의 좌표’란 책은 서두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여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며 살아가게 되었는지, 기존에 머릿속에 없던 생각이 어떻게 해서 나의 생각이 됐는지 잠시나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나의 생각은 어느 누군가의 주입으로 인해 형성되었던지 아니면 나의 사고를 통해 형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의 독자적인 사고를 통해 생각을 형성시키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누군가의 의해 생각이 고정된 것일 수도 있다고 미리 위험성을 제시한다. 사실 나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세상을 살면서 바쁜 나머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은 생명이 붙어있는 한 끊임없이 하기 마련이고 나의 행동과 사고의 원천이므로 깊이 생각해볼 부분이라 본다. 이후 이 책은 올바른 생각의 좌표를 설정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해준다.
먼저 생각의 특이성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데 생각은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나에게로 들어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 지금의 암기와 문제 풀이로만 능력을 점치는 교육 현실을 빗대어 우리가 끊임없이 하는 생각의 원천에 대해 자각하도록 하고 경고한다.
저자가 비판한 한국의 교육 현실은 필히 극복해야 할 문제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구조를 성장기 때부터 형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제도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암기와 문제 풀이로만 구성된 지금의 교육 제도로는 주체적이고 올바른 사고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므로 나에게 심각성을 인지시켜준 부분이었다.
저자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매우 비관적이고 참혹하게 보고 있다. 우선 학생들을 잠도 못자고 공부만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과 벗하지 못하고 날마다 공부하는 학생들을 매우 안타깝게 보고 있다. 여기서 다른 나라 학생을 언급하며 한국 학생은 오로지 시험 문제지만 만난다는 걸 꼬집고 있다.
이어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생각과 논리를 요구하는 학문까지도 대학 입시 교육에 종속시켜 줄 세우는데 활용되고 있는 것은 주체적 자아인식과 생각을 하는 행동을 저해시키는 구조로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주체적 생각을 하는 인간이 아닌 틀에 짜인 인간을 양산하는 구조로 느껴져 절실히 개혁해야 할 부분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 교육 현실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사형제 폐지에 대한 생각을 논의하는 게 아닌 폐지된 나라를 오지 선다형 문제식으로 내는 것이다. 즉 객관적 사실만 암기하는 것이다. 암기만 해서는 자신의 주체적 사고와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단순히 객관적 사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생각은 하고 있지만 단순 암기로 다져진 생각이 되는 것이다.
이래서는 교육의 집합체인 학문이 발전할 수 없다. 학문은 토론과 주체적 생각 속에서 토론하고 논의해야만 탄생되는 것이다. 단순 암기로는 학문이 만들어질 수도 없고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교육 현실은 부메랑이 되어 학문 형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를 하루 빨리 인식해 지금의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대화와 토론이 활발히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했듯이 우리는 토론, 논쟁 중 무의식중에 논리가 안 되면 간혹 인신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동안 인터넷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많은 대화와 논쟁을 했다.
나 역시 논쟁 중 논리로 반박해야 할 부분을 감정을 개입해 상대방의 인신을 거들먹거렸던 부끄러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 논리로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닌 인신을 공격함으로써 그 논쟁 상황을 모면해놓고도 한 때 나는 그런 식의 논쟁을 당연하게 여겼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자각하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원인을 우리 사회에서 ‘왜?’의 실종을 꼽는다. ‘왜?’가 실종된 이상 ‘왜?’를 통해 논리를 깊이 끌어낼 수 없기 마련이다. 이에 논리로 논쟁을 하기 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해결책으로 저자는 ‘왜?’ 라는 질문의 회복을 꼽는다. 깊이 동감하는 부분이었다. ‘왜?’가 없는 이상 진정한 논리를 이끌어낼 수도 없거니와 논쟁 중 불필요한 논쟁으로 빠지기 쉬울 것이다.
결국 한국의 토론 문화는 성숙되지 못한 채 지금의 문화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성숙된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인 만큼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통해 더 나은 발전과 성숙의 길을 같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물질 사회에 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적 의지보다는 소유욕 등의 물질적 욕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 물질적 욕구는 누구나 다 갖고 있고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부분임에는 부인 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신적 의지가 크게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자각의 필요성을 던져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세상을 살면서 많은 것을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의 홍수 속에 정신적 성숙보다 물질을 더욱 중요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한다. 저자는 이런 사회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사회가 물질만 추구한 나머지 땅이 투기 대상으로 바뀌고 어느덧 대학이 산업이 돼 버렸다. 그렇다면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정신적 부분보다 물질을 더욱 중요히 여기게 바뀌어져 가고 있을까. 나는 이 원인을 사회 구조 측면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각자가 정신적 성숙을 추구하더라도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지금의 사회에서는 물질을 더욱 중요히 여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물질적 부분만 추구하기보다 내적인 정신적 부분까지 성숙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이 사회는 물질만을 중요히 여기는 문화에서 좀 더 따뜻하고 여유 있는 문화로 차츰 바뀌게 되리라 믿는다.
저자는 경기고 졸업, 서울대 출신으로서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저자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결과를 회의적이고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모 일류 재벌의 떡값(일명 뇌물)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에는 저자가 나온 학교 출신의 사람들이 언급되는데 그 사건을 곱씹으며 우리에게 ‘무엇이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창 장래희망을 꿈꿀 때인 청소년 시기에 왜 공부하는지, 무엇이 되려고 왜 열심히 공부하는지의 질문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봤던 적이 있었다. 국가의 엘리트층인 일부 검사마저 일류 재벌의 심부름 노릇을 했다는 사실과 국회 인사 청문회 때마다 빠지지 않고 불거져 나오는 비리 의혹 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씁쓸함을 주고 있다. 덧붙여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관용이 없는 사회는 타협과 인정이 없는 사회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에게 관용이 있다한들 관용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사안은 우리 테두리 밖 정반대 사안으로 여겨 공격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내 기준 속 테두리 안에 있는 일들만을 관용으로 너그러이 인정하는 듯 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관용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사회는 관용이 있는 사회가 아닌 불관용이 용인되는 사회라 볼 수 있다. 우리의 사고 속에서 섣불리 관용되지 않는 이념 논쟁, 종교 논쟁 등 나열만 해도 산재하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데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불관용이 용인되는 지금의 사회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 관용이 없게 된다면 나와 다른 생각과 사고를 가진 사람의 의견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또 나의 사고와 생각의 오류가 분명 있음에도 바로잡기 보다는 합리화시키는데 급급해 크나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대방과의 더 나은 상호작용, 즉 의견 교환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만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자멸의 길을 터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 생각과 의견을 옳고/그름의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좀 더 포괄적으로 의견을 나눌 줄 아는 모습이 이 사회에서 보편화될 때 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발걸음이 되리라 확신한다.
가끔 언론에서 병역기피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이 뉴스를 접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분노를 삭이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놓치지 않고 책에 끄집어내어 화두를 던졌다.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은 군대 기피를 위한 원정출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원정출산, 병역기피의 목적은 오직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무모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의 실상을 뜯어보면 노블리스 오블 리즈를 실천해야 할 사회 엘리트층에 속한 사람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분명 군대 기피를 궁리하고 있는 사회 엘리트층에 속한 사람들은 절대 다수의 대한민국 청년의 희생으로 안전히 발 뻗고 잔다. 군대가 군대를 기피하고자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건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군대가 그들을 보호해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사회 현실을 바라보면서 착잡함을 더해준다.
생각의 좌표, 책 제목대로 나를 비롯한 우리들은 생각의 좌표를 어느 곳에 두고 있는가. 그 좌표가 자의가 아닌 누군가의 강압 또는 권유로 설정 된 것이라면 좌표 설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 해볼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좌표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과정과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그만큼 좌표를 어디에 두냐의 문제는 중요하다. 좌표 설정을 진지하게 고민, 성찰하여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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