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 지상주의 해체의 공론화 필요성생각/미디어 2012. 12. 29. 08:30
고동완(kdw1412@nate.com)
극심한 방송 매체 간 경쟁 속에, 아니 그 이전 방송의 태동 이후 '시청률'이라는 무지막지한 통계 앞에 폐지의 비운을 맞이한 프로그램은 숱하게 많다. 시청률은 광고 수주를 위한 척도이며 방송사의 밥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경영상 측면에서 시청률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방송사의 입장 또한 이해하지 않을 순 없다. 그러나 프로그램 존속 판단의 기준에 있어서 시청률이 절대적일 필요까지야 있을까? 시청률이 절대 기준이라는 것은 이제 해묵은 이야기가 아닐까? 시청률 절대, 지상주의를 허물고 종합적 통계 산출 방안을 고려해봐야 하지는 않을까?
자, 최근들어 시청률 40% 넘는 프로가 있었던가? 30% 넘는 프로도 흔치 않다. 지금은 20% 넘는 드라마를 '중박'이라 부른다. 10% 넘는 프로는 선방했다고 여긴다. 90년대 상황과 확연히 다른 것이다. 왜 일까. 구지 텔레비전이라는 경로를 밟지 않고서도 방송의 컨텐츠를 접할 수단은 무궁무진 해졌다. DMB. VOD, 프로그램 다운로드 서비스, 유투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한술 더떠 텔레비전 내부의 컨텐츠 재송신, 이른바 재탕, 삼탕을 틀어주는 케이블 계열에 이르기까지. 시청률이 공식으로 잡힐 '본방' 사수의 당위성, 의무 마저 사라진지 오래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방송사들은'시청률'에 옭아매는 것 같다.
광고 수주의 척도, 공식 지표가 시청률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청률이 절대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률 지상주의가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에 사활을 거는 것을 무조건 비판적으로 견지하기란 어렵다. 더구나 방송사들은 DMB, VOD 광고 수입으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본방', 즉 프로그램 광고의 완판에 따라 매출의 희비가 엇갈린다. 방송 광고의 단가가 현저히 높은 이상, 이익적 측면에서 시청률 지상 주의를 방송사 탓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단순, 광고 수주의 잣대로, 완판의 여부에 따라, 그리고 시청률의 정도에 따라 프로그램의 명운을 결정짓는 현실은 착잡하다.
물론 컨텐츠 무한 경쟁 속에 주목을 덜 받는 프로그램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시청층, 시청 수단과 매개가 다변화되는 지금의 세상에서 시청률 지상주의가 프로그램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은 분명 서글프다. 어떻게 보자면 시청률 지상주의는 방송사의 광고 수주의 기대감과 높은 광고 효과를 기대하는 광고주의 편의성이 어우러진 산물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좋은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지금껏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칭호를 받아도 괜찮은 프로들이 '시청률'이라는 기준의 의해 사라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언제까지 프로그램의 명운을 시청률에 맡겨야 한단 말인가? 시청률에 대한 고충은 방송 제작자, 경영진 모두 옥죄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시청률 지상주의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줄곧 있어왔으나 근본적 해결의 과정을 목도하기란 어려웠다. 시청 수단은 점점 더 세분, 분화되어가고 있는 이 와중에 텔레비전으로만 수치를 조사해 프로그램의 방향, 존속까지 좌지우지 한다는 것은 실로 우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해체에 대한 명분은 세워졌으나 '어떻게해야 해체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오리무중이었다. 앞에서 밝혔듯이 시청률을 절대 지표로 삼는 것은 광고 수주를 위한, 광고 수주에 의한 산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해체를 위한 몇가지 제언과 이에 대한 공론화를 전개했으면 한다. 첫째, 현 시청률 통계를 DMB 이용 현황, VOD 조회수 등을 종합적으로 매기는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한다. 둘째, 기존 방송 프로그램의 광고 판매를 VOD와 여타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연계, 묶음 광고 판매를 고려한다. 셋째, 프로그램을 텔레비전이 아닌, 타 수단을 통해 시청할 시, 기존 방송 광고를 중간 광고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연구한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를 소중히 여긴다는 방송사들도 개국 이후 시청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시청률 확보라는 난제 앞에 굴곡의 '폐지' 역사를 남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모든 시청자의 소망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별되던 컨텐츠 마저 시청률 앞에 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면 방송 역사의 비극이 아니고 무엇일까.
'생각 > 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미디어와 여성 (0) 2013.01.03 표현의 자유와 폭력성 (0) 2012.12.30 언론 발전의 화두 - 신뢰의 확보 (0) 2012.12.28 유투브, 우리 그리고 미디어의 변화 (0) 2012.12.25 케이블TV의 다양성에 대한 생각 (2) (0) 201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