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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폭력성생각/미디어 2012. 12. 30. 09:00
고동완(kdw1412@nate.com)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의가 대두됬던 시절, 익명 옹호론 측에선 '표현의 자유' 위축을 주장하였다. 즉 실명제는 자유적 함의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있는 주장이다. 정부, 혹은 외부 권력의 눈치를 보며 글을 쓸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명 옹호 측에서 주장하기에 앞서 빼먹은 것이 있다. 바로 무분별한 자유로 인한 부작용의 대처 방안이다. 방안은 없고 자유만 현존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온당한 자유일까?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현상들이 자유의 방임과 무관하냐는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물론 완전히 방임하지는 않는다. 명예훼손 등, 법적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 폭력성의 농도는 짙어갈 뿐이다. 어떻게 보자면 자유와 귀결되는 책임을 인터넷 사용자들로 하여금 부여하지 않은 대가일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의 인터넷은 책임과 자유의 등식이 아닌 자유의 우선이라는 명제 앞에 폭력성이 방조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거나 지금이나 인터넷 선플 운동이 활발히 전개중이다. 그러나 운동의 효과는 미미하다. 다수, 집단 지성, 대중들이 모여있는 유력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폭력이 점춰진 반목적 현상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폭력의 현상은 어느 한 개인의 언행에 대한 문제, 책임이라기 보다는 부여되고 있는 자유에 주목하게끔 만든다.
여기서 논의의 핵심은 자유를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폭력성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침해되서도 안되고 보호받아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유의 범위이다. 인터넷, SNS의 소통의 과정에서 생기는 무제한적 자유로 인한 폭력을 방조해야 하는가? 과연 표현의 자유라는 명제 속에 폭력을 용인할 수 있을까? 물론 용인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의 제한선을 설정해야 하는가? 이 부분도 애매하다. 설령 제한을 설정한들, 사회구성원들이 그 제한을 얼마만큼 받아들이고 준수해 나갈 것인가? 결과적으로 자유를 제한해서도, 책임을 추궁해서도, 다중집단이 매개하는 이상 실효성이 사라진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 혜안을 내놓기가 어렵다.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은 자유를 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자유는 당연시 되며 자유의 책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그리고 무제한적 자유로 인한 불행을 통감하기도, 자책하기도 어려운 것이 지금의 자유다. 그렇기에 소통과 함의에 일정 정도의 오염 현상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게 되며 오염은 어느덧 사회 구성원과 구조를 병들게 한다. 따라서 딜레마에 빠진다. 자유의 규제는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또 다른 우려, 불신, 파국만 낳을 뿐이다. 그런데 자유의 방임 역시 사회 오염의 원죄 역할을 하고 있다. 규제도 안되고 방임도 안되는 것이다. 먼저 자유의 규제는 극심한 반발을 일으킬 것이며 폭력을 더욱 분출시키는 원인이 되리라고 본다. 그 상대격인 자유의 방임 또한 폭력의 단죄에 대한 실효가 약해진다는 면에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결론은 자유는 손상받지 않아야 하며 안타깝게도 폭력성의 완전한 정화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 SNS에서 폭력이 가미된 언어 남용을 통해 정신적 폭력을 가하면서, 혹은 자학에 이르면서 무분별한 폭력성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미 결론을 내렸듯이 이러한 폭력성을 정화하기란 불가능이며 다만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건전한 소통과 대화를 의무적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대안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교육기관도 분발해야한다. 자유와 폭력성에 대한 논의에 앞서, 폭력을 미연에 방지할 교육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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