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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와 쾌락
    미디어/담론 2013. 1. 8. 05:04

    고동완(kdw1412@nate.com)

     미디어는 인간의 쾌락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쾌락에 앞서 행동의 결과에 따라 쾌락을 가져올 수 있는 미적 혹은 대리 욕망, 유희와 카타르시스는 미디어의 큰 테두리 속에 해결, 행해지는 항목들이다. 미디어는 컨텐츠를 수용자에게 제공하며, 수용자는 컨텐츠를 통해 다양한 내적 욕망과 욕구를 해소하고 이를 쾌락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쾌락 자체가 유한하다는 것이며 또한 휘발성이 강하며 순간적 일회용에 그친다는 것이다. 또한 쾌락은 강도 자체를 수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컨텐츠로 유흥이든, 긴장과 불만의 와해든, 쾌락이 형성된다면 이후 더 큰 쾌락을 자연스럽게 요하게 되며 강도가 전보다 세진 쾌락을 해결해주지 않는 컨텐츠는 이른바 지지부진해지며 기대 이하의 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해외 양질의 컨텐츠로 일종의 쾌락을 누렸던 수용자 집단은 동일한 주제의 평범한 컨텐츠를 접할 경우 감흥을 느끼지 못하며 쾌락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불만에 다른 컨텐츠로 눈을 돌리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모든 유형의 컨텐츠에 적용되는 사안이다.

     

     논의의 핵심은 미디어가 수용자들의 쾌락에 부응할 수 있는 컨텐츠를 생산해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컨텐츠 경로가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은 가운데 이른바 '아류' 컨텐츠를 제공하는데 머무른다면 쾌락 충족의 실패는 물론이거니와 제공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그런데 서두에 언급했듯이, 수용자는 쾌락의 충족 이후 더 큰 쾌락을 요구하며 따라서 미디어는 새로운 소재의 컨텐츠를 개발해내야하는 불리한 상황에 맞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는 독창적, 창의적 사고를 요구받으며 소재의 고갈은 후퇴를 의미하게 된다.

     

     쾌락 자체는 개인과 성별, 교육수준, 국가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쾌락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양질의 컨텐츠를 접하기 어려운 구성원의 경우 소재의 반복으로 점춰진 만연한 컨텐츠에 쉽게 쾌락을 느끼게 된다. 즉, 미디어가 제공하는 컨텐츠의 수준 여하에 따라 쾌락의 향후 강도와 정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자체,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의 다양성만으로 쾌락의 충족 여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덧붙여 자국 언어만 사용할 수 있는 수용자의 경우 해외 걸작 컨텐츠를 자체적으로 수용하기란 어려우며 외국어를 습득하여 컨텐츠를 수용하는 집단과 비교하면 쾌락 충족의 정도와 강도 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쾌락은 무한한 강도의 증가만을 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쾌락은 일종의 '주기'가 있으며 '변화'가 있다. 세대별 컨텐츠에서 충족되길 바라는 쾌락의 항목은 변하며 이전, 오래 전에 느꼈던 쾌락의 순간을 다시 느끼고자 하는 주기가 있는데, 이른바 현재 미디어에서 불고 있는 복고 현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미디어는 쾌락에 있어서 첫째, 쾌락은 측정할 수 없는 강도 상승이 가능하므로 미디어에게 참신함과 변화를 요구하게 되며 둘째, 쾌락은 시간적 주기에 따라 혹은 세대별 주기에 따라 반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올드 컨텐츠의 보존과 육성이 필요하며 셋째, 쾌락은 시대적 흐름, 내적 가치, 신체 변화에 따라 요구하는 것이 상이해지는, 일종의 변화 작용이 있으므로 동일한 컨텐츠의 지속적 공급을 위해선 유지와 함께 흐름상 반영과 보수가 일정부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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