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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열풍, 과거를 탐색하는 데 열중하는 이유생각/단상 2014. 1. 17. 09:00
고동완(kdw1412@nate.com)
이른바 응사, 응칠 열풍 등 일정 기간마다 대중문화에 불어오는 복고 문화는 과거 탐색을 열중하는 대중들의 혼연 속에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복고에 대한 열기는 어떤 배경들이 작용하여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열기가 해마다 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배경과 이유, 그 근본적 바탕을 역사와 사회, 문화 등 복합적 관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과거에 대한 향수가 사회 각계에 전파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한국 사회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전성기, 사회의 발전 과정 등을 회상하며 현재와 비교하고, 미래로 가는 시간 흐름 속에 인간은 개별적 시기마다 과거를 떠올리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짚어볼 부분은 한국 사회에 퍼져 있는 과거의 향수가 짙다는 데 있다. 향수는 그리움과 비교, 후회 등으로 생겨난다. 해방 이후 현시점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동을 겪으며 매 찰나 향수를 형성할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냈다. 결과적으로 그이가 누구든지 간에 계층 불문, 과거의 향수를 느끼며 살아왔다. 평소엔 잠잠한 듯하면서도 복고 현상이 일어나면 그 전파력이 가공할 만한 것도 이러한 사회문화적 환경이 중첩된 결과일 것이다.
둘째,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해 왔다. 일단 경제 면에서 침체가 시작되면, 그리고 그 침체기가 장기화할수록 과거를 갈구하는 정도가 높아지거나 지속했던 과거의 어려움을 기억 속에 각인시킬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외환위기다. 'IMF'로 인한 경제 파탄으로 조금이나마 더 풍요로웠던 과거를 곱씹으며, 현재 느끼는 어려움을 미래에 확실히 각인되는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는 어려움을 극복한 미래를 맞이해서도 뚜렷이 각인된 과거가 인생에 걸쳐 전달되므로, 침울했던 과거에 대한 회상에 치를 떨어 하면서도 그 유사한 과거 사례를 타인 또는 대중문화를 통해 접하면 쉽게 동화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역사의 굴곡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첫째 예시의 연장 선상일 수 있겠다. 6.25와 4.19, 5.18, 수평적 정권교체 등 50년대부터 매 십 년마다 대형 사건이 한국 사회에 찾아오며 회상할 수밖에 없는 거리를 만들어냈다. 6.25는 한반도에서 이산가족을 양산해냈으며 4.19는 부정한 정권에 대한 공통의 목표 의식을 만들어냈고, 5.18은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자아냈으며 수평적 정권교체는 '차별성'의 타이틀이 붙여지면서 과거와의 비교 의식이 마련됐다.
넷째, 사회를 향한 불안과 실망의 여부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져 가고 있다는 말이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 맴돌고 있다.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강력 범죄 사건의 노출 빈도는 SNS 영향으로 높아져 가고만 있다. 자살, 유기 등 우울한 소식 등이 매일 뉴스로 장식한다. 임대 아파트 가정의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받는다는 위화감이 만연한 뉴스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휴머니즘'도 차츰 쇠퇴해져 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인간 사회를 피곤하게 만드는 불안과 실망에 지쳐 그 피곤함이 덜했던 과거의 단면을 열망하게 된다.
다섯째, 과거에는 희소성의 '호기심'이 작용한다. 우리는 현재에서 현실 그 자체를 완전하게 체험하지, 흘러간 과거를 재생하여 접하고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쉽게 잡을 수 없는 희소성이 존재하며 인간의 근간이었던 호기심이 희소성과 만나 과거를 탐색하게 되는데 주저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호기심에 대한 동기가 강해질수록 과거에 대한 열중 빈도는 높아지며 복고 문화에 스스럼없이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배경과 이유가 작용하고 있으리라 충분히 판단한다. 큰 단위인 사회, 경제, 그리고 인간을 예의 주축으로 설명했으나 상대적 작은 단위인 미디어, 풍속, 양식, 추억 등도 충실히 고려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복고 열풍 자체가 사회의 미진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복고에 대한 관심, 복고 문화에 대한 열망을 단순히 개인적 호기심, 혹은 개인적 사유로 인한 선택으로 빚어진 일로만은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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