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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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2) ‘미학’ 청년에서 ‘영화인’으로영화 2020. 3. 19. 21:51
박광수는 강원도 속초에서 1955년 1월 22일에 출생하여 중학교 때까지 속초에서 자랐다. 이후 부산으로 상경,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미학’에 눈을 뜬 박광수는 미술반에서 활동을 하다가 백남준과 앤디워홀에 관심을 가지고, 철학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하여 1976년 서울대 조소과에 입학한 박광수는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미술에 회의를 느끼고,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영화가 매력적이라고 판단, 영화에 본격 발을 들인다. 시작은 1979년 ‘얄랴셩’이었다. ‘얄랴셩’은 서울대 공대 안에 생긴 자그마한 서클이었다. 1970년대 탈춤과 마당극이 대학생의 의식을 대변했다면, 1980년대는 비교적 주류 대중문화로 취급받던 영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려 했다. 이 전환점에서 박광수는 영화에 길을 들이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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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영화 2020. 3. 19. 15:46
국가 부도의 날. 얘기가 이미 나온 것처럼, 늦은 밤 본 영화의 짜임새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인물은 평면적이고, 대결 구도도 도식적이며 세 분파의 흐름이 유기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짚을 부분이 있다면 극의 서사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는 점이다. 전화국에 불이 나자 통신망이 마비되는, 잠재된 위험이 현실화되자 위기관리의 불안이 느껴지는 2018년과 경제위기에 무력했던 1997년은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위기 대처에서 점점 국가의 한계는 뚜렷하지만 이를 보완할 언론도 위태해 보인다. 영화에선 유독 경제위기 당시 언론의 리포트가 반복되는데, 부도와 실직, 위기를 다룬 기사가 받아쓰기처럼 재생된다. 반면, 곪아가는 경제에 대한 지적은 부실해 보인다. 관변을 향한 의존적 쓰기의 결론은 우리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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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영화 2020. 3. 19. 15:45
어두운 뉴스만 보고 있자면 자칫 비관론자나 염세주의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뉴스도 뉴스 나름이다. 어느 목표에 따라 열정 가득한 인물평을 보고 있노라면 에너지가 샘솟곤 한다. 프레디 머큐리의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런 인물평을 영상으로 풀어낸다. 물론 열정이 지나치게 충만하면 좌충우돌하기 쉽다. 그러나 그 열정으로 세상을 정화시킬 수 있다면 폄하만 할 것은 아니다. 영화가 재현한 머큐리의 음색과 작곡 과정은 울렁이는 물결의 연속이며, 정체로 오염이 될 수 있는 물길을 트는 작업이었다. 그에 대한 찬미와 함께, 퀸의 노래가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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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 연구(1)영화 2020. 3. 19. 14:41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이전 한국 사회는 권위주의 아래 단절과 억압으로 신음하던 사람들을 일종의 치부 정도로 여기던 시각이 있었다.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떼먹혀 노동청에 피해를 신고해도 별 구제를 받지 못하던 노동자, 분단의 간극 가운데 그만 불손 세력으로 낙인이 찍혀 억압을 감내해야 했던 사람들,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됐지만 성장의 과실에서 소외돼 허덕이던 계층까지. 민주화 이전 한국 사회는 ‘경제 성장’과 ‘정권 안위’라는 명분으로 누군가의 고통을 사소히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1987년 봇물처럼 터진 민주화 항쟁과 이어진 노동자 대투쟁은 그러한 경향의 지속을 막아보려는 사회적 몸부림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기조의 변화는 한국 영화의 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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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스트맨과 확신, 전작과 공통점영화 2018. 10. 21. 03:28
지난 18일 개봉에 맞춰 을 보고 잔향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전작 와 도 그랬다. 앞서 두 장편작과 달리, 은 음악이 소재가 아니라 미국의 달 탐사가 배경이다. 그러나 세 작품은 개별로 분리된 것 같지 않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연주라는 범위에서 는 와 관련성이 있고, 좀 더 큰 틀에서 내면의 확신이라는 범주로 보면 세 작품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속을 끌어 올리는 뜨거움, 열의에 관한 것이다. 은 달 탐사를 앞둔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역)을 그린다. 어떤 영웅적 서사로 포장을 하기보다는 내면의 날 것을 추구한다. 테스트 과정에서 일어난 동료의 죽음과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 나사의 탐사 실험은 닐을 요동치게 한다. 염려 섞인 불안,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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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백영화 2018. 10. 19. 19:55
영화 미쓰백. 표층에 너른 바다가 있고, 새가 나는 평온함이 있다면 심층, 심해엔 쓰레기로 먹이 삼아 고통 받는 생물체가 있을지 모른다. 표층을 마주하며 향유하기는 쉬우나, 눈에 띄지 않는 심층은 외면 가운데 썩어갈 뿐이다. 미쓰백은 그 심층을 헤집으며 진행되는 부패를 막는다. 그것은 용기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서야 했던 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속에 부패의 진행이 그대로였기 때문일 것이다. 고통스럽더라도 직시하는 게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떤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별 볼 일' 없게 태어나고 지낸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규합으로 이뤄진다. 심층의 부패를 막지 못하면 평온한 표층도 결국 일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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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영화 2018. 10. 19. 19:53
영화 '암수살인'. 수사를 맡는 형사와 취재를 하는 기자는 본질적으로 하는 일이 같다. 묻고, 뒤지고, 찾은 사실을 꿰어 진실의 심층에 다가서야 한다. 그것은 온몸을 건 승부이기도 하다. 축조되지 못한 진실은 사실의 파편화를 낳고, 영화 속 형사가 좌천을 당한 것처럼 그 칼날에 자신도 베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영화는 한국형 '스포트라이트'를 자임하듯 그럼에도 진실을 향해 걸음질한다. 진실이 궁극적으로 정의, 평안과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사실만으론 이뤄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을 빙자하여 오히려 목소리를 내고, 진실을 구렁텅이로 몰아가려는 위협이 상존하는 세태에서 영화는 진실에 대한 헌사 그 자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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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시성영화 2018. 10. 7. 18:03
안시성전투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조인성이 양만춘으로 등장한다는 것보다 관심이 갔던 건 이전작과의 차별화였다. 이미 드라마로 KBS '대조영'과 SBS '연개소문'이 안시성전투를 다룬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나 만들어진 영화 안시성은 양만춘을 불굴의 영웅에다 고뇌의 인간미를 덧입힌 것 외에는 이전작을 복기하는 데 머무른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희생과 용기, 투지를 가지면 승리의 환희를 얻는다는 도식적인 전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탓일 것이다. 차라리 고구려 멸망의 단초가 된 평양성전투를 영화화하는 건 어땠을까. 실패의 역사이지만 그 가운데엔 투지와 용기 같은 으레 나오는 상황뿐 아니라 위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민낯과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함께 관조할 수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