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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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 8색, 한 테이블에 오롯이 담기다영화 2017. 11. 5. 21:50
[리뷰]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 잡은 영화 [오마이뉴스고동완 기자] 이미지 원본보기ⓒ 엣나인필름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네 여주인공의 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낳을 만했던 영화 이 지난 24일 개봉했다. 영화는 언뜻 구성 뼈대가 간결하다. 어느 카페의 한 테이블에 사연이 있는 두 사람이 마주한 채 말을 나누고 떠나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뼈대를 만든 발상의 힘은 가볍지 않다. 테이블이 대화의 밑 배경이 되어준다는 점은 흔한 것이겠지만 테이블로 두 사람과 네 개의 섹션이 마련된 총 8명의 말이 농밀함을 가지려 한다는 점은 이색적이다. 영화와 인생에서 비롯되는 재미 혹은 성찰은 사람의 만남으로 축약할 수 있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 어떤 계기가 되어 한 지점으로 모여 솔깃한 이야기와 반성을 낳고, 또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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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왜 딸을 영국으로 보내는 데 집착했나영화 2017. 11. 4. 15:31
[리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이미지 원본보기▲ 영화 스틸컷ⓒ 진진 평온할 것만 같은, 아침. 와장창 소리가 나더니 집 창문이 산산조각 났다. 아이들 장난에 그렇게 된 걸까. 나가보니 돌 던진 사람은 없다. 신원미상의 괴한이 작정하고 돌을 날린 것 같다.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은 하루의 화창한 시작을 불안과 맞닥뜨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은 루마니아. 의사 로메오(애드리언 티티에니 분)는 딸 엘리자(마리아 빅토리아 드래거스 분)가 영국으로 유학하길 간절히 바란다. 마침 유학의 성패를 가를 졸업시험이 임박한 상황. 이때 집 유리창이 깨져버리고 만다. 급기야 엘리자는 등교하다 괴한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다. 폭력으로 엘리자 몸과 마음에 남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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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사랑 위에서 진실을 묻고 철학을 논하다영화 2017. 11. 3. 10:53
[리뷰] 개인의 삶과 정신이 소거되던 전쟁...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오마이뉴스고동완 기자] 이미지 원본보기ⓒ 찬란 전쟁은 사람의 다양한 정신을 소거시키고 생존과 승리라는 핑계로 일원적이고도 전체주의적인 시대를 낳는다. 당장 총탄이 날아오는 참상 앞에선 자유주의와 평화주의 같은 각종 사상은 '우선 살아야 한다'는 명제 아래 무력의 길을 걷고 만다. 그로 인한 후유증이 동시대인에게 전해짐은 물론일 것이다. 지난 20일에 개봉한 뒤 작품성과 서정성으로 호평을 낳고 있는 영화 는 1차 대전이 끝나고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앙금이 채 풀리지 않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독일의 안나(폴라 비어 분)는 독일군으로 참전한 약혼자 프란츠(안톤 폰 루카 분)를 세계대전의 틈바구니에 잃고 만다. 이 와중에 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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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류승완 표' 주제 의식은 뚜렷, 다른 건 '글쎄'영화 2017. 11. 1. 17:14
[리뷰] 각종 지적에도 개봉 이틀 만에 관객 155만 모은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김윤정] 이미지 원본보기ⓒ CJ 엔터테인먼트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끈 영화 가 27일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아비규환 생지옥의 132분'이었다. 에 대한 관객의 열기는 뜨거웠다. 개봉일에 맞춰 오후 4시에 들른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평일 오후였지만 사람들로 북적였다. 를 예매하려 했지만, 오후 5시와 6시 표는 이미 동이 나버렸고 7시에 '비인기석'으로 분류되는 B라인 가장자리 한 곳을 겨우 구했다. 아니나 다를까, 개봉 첫날 집계된 관객 수가 98만에 이른다. 배급사는 CJ엔터테인먼트. CJ가 배급하는 영화에서 으레 시작부에 나왔던 아이들의 웃음과 축포, CJ를 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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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환데 많은 사람이 산다? <덩케르크>의 진짜 묘미영화 2017. 10. 29. 16:42
[리뷰] 개봉 하루만에 30만 관객 몰이... 와 본격 경쟁 예고 이미지 원본보기▲ 영화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2014년 영화 에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렸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신작 에선 현실의 시간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시간만 허문 게 아니다. 전쟁 영화의 통념도 같이 무너뜨렸다. 지난 20일에 개봉한 영화 의 배경은 독일군 기세가 등등하던 2차 대전 초기. 1940년 5월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침략하고 프랑스로 진격했다. 해안에 고립된 영국군은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해안을 활용, 남아있는 병사를 본국으로 보낼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덩케르크 철수 작전'. 유럽 평정을 노리는 독일군은 이를 가만 내버려두질 않는다. 철수 대상에 오른 병사는 한 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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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상처 내는 영화의 딜레마, 풀릴 수 있을까영화 2017. 10. 29. 14:14
[리뷰] 홍상수 감독 20번째 장편 영화, 칸 영화제 경쟁 부분 진출작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곽우신] 이미지 원본보기ⓒ 전원사 "아름다워, 네가" "정말요?" 창숙(김새벽 분)은 봉완(권해효 분)을 안으며 '아름다움'을 확인받으려 한다. 창숙은 왜 봉완의 "아름답다"는 말을 단번에 받아들이지 않고 "정말 아름답냐"고 물어봤을까. 아름다움에 대한 '자기 회의'였을까. 지난 6일에 개봉한 영화 는 홍상수 감독이 전작 에 이어 3개월 반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는 전작보다 자전적 성격이 얕아지고, 홍상수 특유의 주제 의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야기의 얼개는 이렇다. 출판사 사장인 봉완은 직원인 창숙과 서로를 좋아하다가 아내인 해주(조윤희 분)에게 의심을 받는다. 창숙은 일을 그만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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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상처 내는 영화의 딜레마, 풀릴 수 있을까영화 2017. 10. 21. 14:38
[리뷰] 홍상수 감독 20번째 장편 영화, 칸 영화제 경쟁 부분 진출작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곽우신] 이미지 원본보기ⓒ 전원사 "아름다워, 네가" "정말요?" 창숙(김새벽 분)은 봉완(권해효 분)을 안으며 '아름다움'을 확인받으려 한다. 창숙은 왜 봉완의 "아름답다"는 말을 단번에 받아들이지 않고 "정말 아름답냐"고 물어봤을까. 아름다움에 대한 '자기 회의'였을까. 지난 6일에 개봉한 영화 는 홍상수 감독이 전작 에 이어 3개월 반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는 전작보다 자전적 성격이 얕아지고, 홍상수 특유의 주제 의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야기의 얼개는 이렇다. 출판사 사장인 봉완은 직원인 창숙과 서로를 좋아하다가 아내인 해주(조윤희 분)에게 의심을 받는다. 창숙은 일을 그만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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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이 택한 정공법, 관객의 마음 무너뜨렸다 (10.6)영화 2017. 10. 7. 15:09
[리뷰] 원작 김훈의 소설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의 매력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65389&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곽우신] 이미지 원본보기ⓒ CJ엔터테인먼트 백설과도 같은 새하얀 눈밭이 오색을 압도한다. 들숨의 공기는 칼바람의 한기이고, 날숨은 차가운 세파 아래 김이 되어 사라진다. 응당 생을 부지하려면 숨을 쉬어야 하나, 그러는 것도 고통이다. 고통을 몰아온 추위를 막을 재간도, 힘도 1636년 조선의 겨울엔 없었다. 그러나 선택은 해야 했다. 그 선택은 삶과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