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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제> 푸이, 비판 가운데 위로를 건네고 싶은 이유(2017.9.18)영화 2018. 1. 27. 19:40
바깥은 학생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총소리가 들려오는데 정작 궁궐 안의 황제는 이 소리를 듣고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미 궁궐 바깥은 대통령이 있는 공화국이다. 황제의 촉수가 뻗질 않는다. 황제의 영역은 오직 궁궐 안이다. 무기력한 궁궐에 비애감이 젖어든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에 대한 얘기다. 영화 는 말마따나 자금성에서 결국 짐을 싸서 나와야 했던 푸이의 생애를 그린다. 즉위식이던 날, 황궁 앞에 신하들이 도열하고 절을 올리지만 멋모르는 3살 꼬마 황제는 가만있질 못하고 쏘다닌다. 이 꼬마는 황제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환관으로 하여금 먹물을 마시라는 등의 기상천외한 지시를 내리지만 이내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먹먹함에 빠진다. 그럼에도 그러한 슬픔은 오롯이 푸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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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 아들과 딸은 누구를 통탄해할까(2017.9.18)영화 2018. 1. 27. 19:35
시대가 격동하면 거기에 부속된 개인의 삶도 요동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집단의 구호에, 사회의 단결에 쉽사리 묻히고 만다. 영화 은 1940년대 이후 정세가 급변해왔던 중국의 시대상을 어느 가족을 통해 관조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개인의 삶들을 길어 올린다. 1940년대와 1950년대, 1960년대를 조망하는 영화는 각각의 시대상에 따라 가정의 삶도 급변하는 면모를 고스란히 내보인다. 1940년대 국공내전이 발발하던 시기, 부귀는 지주의 아들이지만 도박에 빠져있다. 아내의 만류에도 도박을 이어가더니 급기야 집을 홀라당 잃고 만다. 아내가 떠남은 물론이요, 아버지까지 충격으로 횡사했다. 이는 지주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부귀의 변곡점이기도 하다. 도박은 멀리하고 그림도구를 얻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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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나스벳의 '동서양 문화' 수렴에 관한 소고생각/단상 2018. 1. 2. 01:55
니스벳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중간’쯤 수렴되는 게 가장 타당한 견해라고 했다. 주목할 것은 ‘중간’이다. 수렴은 여러 갈래의 사상과 의견을 한 데 모으는 걸 뜻하나, 나스벳이 전제 조건에 넣은 ‘중간’은 수렴의 범위를 제한한다. 수렴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미 한쪽 의견이 득세한 상황에서 소수 의견을 수렴하여 득세한 의견을 보충하는 식의 수렴, 소수 의견을 모으고 모아 의견을 집대성하는 수렴, 절충점을 찾아 중간 지대에서 융합을 추구하는 수렴이 있을 것이다. 니스벳이 강조한 ‘중간’은 세 번째 수렴에 가까울 것이다. 나스벳은 저서 『생각의 지도』에서 동서양의 문화를 구분하고 비교했다. 객관성을 도모하기 위해 통계를 넣는 것도 빠뜨리질 않았다. 책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던 고대 그리스 문화는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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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편전쟁>, 동서양의 벽과 숙고해야 할 문제영화 2018. 1. 2. 01:52
정신의 속박만큼 무서운 게 없다. 속박은 종속을 일컫는다. 삶에 의지가 허물어지고 주체는 사라진다. 그런 마당에 자력으로 종속에서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종속과 삶의 영위는 대척점에 있다. 그래서 무섭다. 현대에 들어서도 각 나라가 마약을 금지하는 배경이다. 마약이 가져다주는 일시의 쾌락에 사람은 넘어간다. 개인과 집단, 사회는 박약해진다. 마약의 폐해는 19세기 청나라가 입증해보였다. 1997년 영화 은 청나라의 아편 퇴치기를 그렸다. 아편 퇴치는 난제 중 난제였다. 아편은 삽시간에 퍼졌다. 몽롱함에 중독되어버린 국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쾌락과 중독, 종속은 분리된 게 아니었고 일직선상에서 차례로 진행됐다. 종속은 더 큰 쾌락의 갈망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도를 마련했다. 순환의 끝은 죽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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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2일상①]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키보드 눌렀더니...쓴 기사/기고 2018. 1. 1. 15:11
시민기자들 수상 소감... 고동완 구진영 권오윤 권진경 남지우 는 '2018 2월22일상' 수상자로 고동완, 구진영, 권오윤, 권진경, 남지우, 박동우, 심혜진, 이은솔, 전상봉, 최봉진 기자(10명)를 선정했습니다. '2월22일상'은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8년 2월초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7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17 특별상', '2017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 인사 드립니다. [고동완 기자] 기자 본분을 다시금 되새김질하라는 의미 ▲ 오마이뉴스 '2월22일상'을 수상한 고동완 기자ⓒ 고동완 우선 '2월 22일상'이란 귀중한 상 주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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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장르가 최민식' 그 묵직한 존재감이 아쉽다영화 2017. 12. 22. 21:35
[리뷰] 영화 18년 만에 다시 만난 정지우 감독-최민식, 한층 진화한 욕망 그려내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오수미] 이미지 원본보기ⓒ CJ엔터테인먼트 정지우 감독이 또 한 번 욕망의 '선'을 건드렸다. 다루려는 욕망의 크기는 전보다 커졌다. 정 감독은 2015년 전작인 영화 에선 '점수'를 통한 인정의 욕구를, 2012년 영화 에서는 젊음을 향한 선망을, 1995년 영화 에서는 일탈한 욕망의 치정극을 그려냈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에선 욕망의 '집약'을 보여준다. 은 와 2005년 영화 의 삼각구도를 따라갔지만 사랑에만 욕망이 머물지 않는다. 재벌 회장 임태산(최민식 분)은 유명 가수 유나(이하늬 분)와 약혼을 한다. 전처 딸인 임미라(이수경 분)는 유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유나가 살해 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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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공정성 시비 해소 어렵다면 '뉴스 배치' 손 떼라쓴 기사/기고 2017. 12. 22. 21:34
[주장] 여론의 판도 쥐고 있는 네이버, 뉴스 배치 과정이라도 최소 투명하게 공개해야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김도균] 때는 2015년 1월. 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정치팀을 마치고 기획취재팀에 배속됐다. 긴 호흡의 기사를 써야 했다. 뭘 취재할까 궁리했다. 떠오른 건 '포털'이었다. 그중에서도 '네이버'였다. 그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1년 12월로 다시 시곗바늘을 돌려보겠다. 11일 일요일 오후. 한 주제를 놓고 다량의 기사가 쏟아졌다. 2시 27분께 한 통신사가 기사를 올리더니, 방송사와 인터넷 언론에서 오후 5시와 6시경 같은 주제의 기사를 올렸다. 기사의 빈도를 보면 유용한 정보를 담은 기사가 얼핏 올라온 것 같다. 그러나 기사는 이부진 당시 호텔신라 사장이 백화점에서 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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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감독의 신작, 공감이 잘 안 된다영화 2017. 12. 22. 21:34
[BIFF 리뷰]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곽우신] 이미지 원본보기ⓒ 롯데엔터테인먼트 집과 그 주변부를 국한해 서스펜스를 진행한 영화는 이미 관객 눈에 익숙하다. 한국 영화만 봐도 1998년 과 2003년 이 그랬고, 외국 영화는 지난 9월에 개봉한 과 5월에 개봉한 이 그랬다. 이들 영화 모두, 주 무대는 집이었지만 서사는 계속 변주됐다. 영화 중엔 코미디를 결합한 것도 있고, 공포를 불러일으킨 것도 있었다. 집을 배경으로 한 서스펜스 영화들이 서로 맥이 닿는 듯하면서도, 비슷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편으로 영화에서 긴장감을 극대화할 최적의 장소로 집이 선택됐던 건, 생의 근본과 집은 밀접히 연관됐기 때문일 것이다. 의식주 중 '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