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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한달도 안 남은 시점.생각/단상 2017. 4. 20. 01:47
아이러니하게 보여도 좀 쉬어보자는 심정으로 군에 입대했다. 일과시간엔 일에 치이고, 고단한 훈련을 간혹 받더라도 바깥에서 훌쩍 떨어진 곳으로 물러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롭게 이것저것 살피고 조망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군에서 마음 놓고 편히 쉬어본 기억은 없다. 그것은 일과 이후의 시간이 빡빡해서가 아니라 연일 돌아가는 상황의 결론이었다. 하여튼 벚꽃도 비바람에 떨어져 나가더니 이제 군 복무의 종착점이 보이고 있다. 휴가를 나와 놓고 묵혀둔 잡동사니 자료들을 방치할 순 없어 이를 뒤적이느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 것인지 짐작은 되지만 헤아리긴 어렵다. 이번에도 마냥 쉬기는 글렀다. 그럼에도 이것이 나름의 쉬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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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3.30 영화 관람 한줄평영화 2017. 3. 31. 00:15
핵소고지 ★★★☆☆- "신념은 곧 자기 자신이다" 문라이트 ★★★★☆- 절제의 잔잔함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아다지오'의 위무, 서글프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웃음. 히든 피겨스 ★★★☆☆- 평탄해보이는 압축 라빠르망 ★★★★☆- 위선의 종말, 당시치곤 매끄러운 편집. 재심 ★★☆☆☆- 공방과 검증은 어디에 파도가 지나간 자리 ★★☆☆☆- 신파극의 또다른 변주. 얻을 건 풍경. 밤의 해변에서 혼자 ★★☆☆☆- 풀릴 것 같지 않은 고민과 번뇌 일 포스티노 ★★★☆☆- 시와 인간애 사일런스 ★★★★☆-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인가. * 최종 추천 영화 : 문라이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라빠르망, 사일런스, 핵소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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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영화 2017. 3. 24. 08:43
영희(김민희)는 해변가 모래밭에 바다를 향해 비스듬히 누워 있다가 잠에 든다. 아마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잠에 빠졌을 것이다. 바다는 도돌이표처럼 반복해서 출렁일 뿐이다. 영희는 잠에서 깨고 해변가를 거닐지만 시선에 있는 바다처럼 그녀의 고민과 번뇌는 해소되지 않고 반복될 것만 같다. 반복의 배경엔 그녀를 둘러싼 사랑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개봉했지만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영화의 설정이 유부남 영화감독과 여배우와의 사랑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상수 감독이 자신의 불륜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영화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더해졌다. 홍 감독은 시사회를 통해 자전적 이야기로 만든 영화가 아니라고 누차 밝혔지만 영화의 군데군데엔 홍 감독의 항변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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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과 카페의 소중한 결합 - 노원문고 더 숲생각/단상 2017. 2. 12. 14:28
지난 휴가 때 내심 환호성을 지른 게 있다. 동네에 영화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런데 문을 연 영화관은 좀 특별하다. 영화관의 취지부터 다르다. 멀티플렉스에서 외면한 영화를 틀겠다는 것이다. 딱 보면 CGV 아트하우스나 메가박스 아트나인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건 노원에 없다. 평론가들이 극찬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같은 영화를 보려면 명동이나 강남까지 가야 한다. 이 영화관 덕분에 이제 동네에서도 시간과 장소의 커다란 구애 없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걱정은 좀 된다. 영화관이 들어선 곳은 노원구 통틀어 요지다.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고 임대료도 비싸다. 종전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로 손님이 바글거렸던 곳이다. 어디 대기업이 후원해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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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500자평영화 2017. 2. 12. 14:26
검사의 세계를 1%와 99%로 나누고 1%의 속성을 훑은 영화. 영화는 배우의 과장된 행동과 다소 느슨해 보이는 개연성으로 극화에 충실하다가도 텔레비전 자료를 활용해 현대사의 굴곡을 군데군데 그대로 담아내면서 사실의 색을 덧입는다. 팩트와 픽션을 오가던 영화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것은 1%와 99%를 나누는 기준이다. 1%는 조직에서 잘 나간다는 속칭 라인을 잡아 요행을 일삼으며 탄탄대로를 걸으려는 것들인 반면에, 99%는 묵묵하게 열심히 사건을 처리하려는 샐러리족이다. 이런 구도가 비단 영화 속 검사들 세상에서만 있을 법한 걸까? 1%와 99%라는 산술의 비중이 다를 뿐 여느 조직에서나 봄직한 구도인 것 같아 씁쓸함을 안긴다. 1%의 화신인 한강식(정우성) 검사는 종국에 고꾸라지지만 이미 여럿을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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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 뿌리가 시들면 끝이다영화 2016. 12. 26. 02:29
예견은 아니 땐 굴뚝에서 잘 안 나온다. 예견엔 예측이 있고 예측엔 그것에 대한 근거가 담겨있다. 재앙은 예견이 묵살되다가 터진 파국이다. 묵살된 예견이 켜켜이 쌓여 모아지다가 어떤 커다란 충격을 받아 현실이 되면 재앙으로 직행한다. 영화 판도라의 원전 사고도 이런 수순을 밟고 한반도 동남권을 집어삼키는 사상 최대 재앙이 됐다. 잘못에 자책이 뒤따르듯 재앙이 벌어진 뒤 되돌아보면 그간의 예견들이 재앙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을 통감하게 된다. 그러나 깨달은 순간은 늦었다.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예견은 왜 제구실을 못하고 재앙을 허하였단 말인가. 예견을 주시하기커녕 정당한 이유 없이 작정하고 소멸시켜버린 결과다. 영화에서 예견의 첫 불을 땐 건 베테랑 원전 소장(정진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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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생각/단상 2016. 11. 14. 10:10
이 시점에 이런 것을 쓰자니 한가로운 것 같지만 어찌할 수 없어 나중에 쓰일 것을 위해서라도 남긴다. 휴가 둘째 날인 오늘, 집 근처 골목을 지나다 편의점이 눈길을 잡았다. 바로 근처에 동사무소가 만들어지고 빌라가 지어지더니 지난달만 해도 영업하던 호프집이 사라진 대신 편의점이 들어선 것이다. 이 동네에 지내기 시작한 게 2003년이었으니 당시에도 존재했던 호프집의 역사는 짧은 것이 아니었다. 계통만 보면 편의점과 별도인 호프집도 세월이 무색하게 자리를 내주고 마는데 동종 업계는 오죽하겠는가. 골목에서 슈퍼가 자취를 감췄다. 해가 거듭되면서 주변 200m 안에 슈퍼들은 편의점이 됐다. 육류, 청과 코너를 갖춘 제법 규모가 있던 슈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골목 소매 상권은 편의점 대표 3사가 꿰찼다. 언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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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공무원, 공무원...생각/단상 2016. 11. 13. 19:45
어딜가나 공무원 준비에 관한 얘기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기다리다 얼떨결에 "9급 공무원 합격은 OOO!", 광고를 보게 되고 통인시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안에선 노량진 공무원 학원 CM이 울려 퍼진다. CM이 끝나자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20대 승객은 일행에 친구가 공무원 되려고 노량진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한다. 주위에 공무원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또래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청년 상당수는 미래를 담보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배경은 복잡하지 않다. 할 일 다 하고도 야근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승진의 기회는 소위 대학과 출신 성분과 같은 연줄로 빈번히 좌절되며 미래를 온전히 회사에 쏟아 부었거늘 돌아오는 건 희망퇴직인 냉담한 현실을 청년들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