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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통하지 않는다생각/단상 2016. 9. 30. 01:00
이대 평생교육 논란을 두고 본질을 흐리는 얘기가 최근에도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등록금 동결의 장기화로 대학이 재정 악화를 막고자 불가피하게 평생교육을 추진했고 결국 이 같은 논란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출구가 뾰족하지 않은 지방 사립대면 몰라도 이를 이대와 연결 짓는 모습들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평생교육으로 얻을 이익은 기껏해야 매년 수십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얻으려고 사업을 감행할 만큼 이대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단 말인가. 지난 6월 서울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모여 '미래대학포럼'을 발족했다. 첫 포럼에서 총장들은 등록금 책정의 자율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여기서 고려대 총장은 "미국의 주요 사립대에 비해 한국 사립대 등록금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10개 대학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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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② 신파와 희망 (①에 이어, 스포일러 포함)영화 2016. 8. 21. 14:17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신파 위주로 전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감염된 석우(공유)가 갓 출생한 딸을 안은 모습을 회상하며 자살을 감행하는 대목이 비판 타깃으로 부각됐다. 차라리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회상했으면 나았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굳이 감독이 해당 장면을 넣기로 결정한 것은 '단절'이 아닌 '연속'을 강조하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과 사의 기준만으로 보자면 사람은 종국엔 이승과 단절한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낸 것은 때론 영원하다. 발명품 자동차만 해도 7, 80년대에 굴러가던 것이 박물관에서 후대와 마주해 당시 상황과 느낌을 공유한다. 사람은 부모와 사람 간의, 그리고 사람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통해 영향을 받고 그 받은 영향을 어딘가에 끼친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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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① 허망함과 허무함 (스포일러)영화 2016. 8. 20. 13:12
멀쩡한 사람이 좀비에 감염되면 주위 사람을 감염시키려 혈안이 되는 것이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이다. 이러한 구성은 자기만 살겠다고 주위의 감염되지 않은 누군가를 사지에 내 몰수록 도리어 좀비만 늘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이 겨누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영화 중반부가 지나고 부산행 KTX 열차에서 좀비로부터 안전한 곳은 조종실을 빼면 15호칸과 16호칸뿐.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과 이 남은 두 공간이 맞물려, 공존의 져버림 끝이 어떠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좀비를 누구보다 앞장서 막았던 상화(마동석)는 15호칸 승객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은 탓에 14호칸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다 감염된다. 좀비를 막는 매 순간 든든했던 상화는 이제 좀비의 일원이 되어 15호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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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일 뿐이다"영화 2016. 8. 17. 23:14
교육부에 몸담은 한 고위직 공무원이 국민을 짐승에 비유했다가 지난달 파면이 확정됐다. 당시 언급된 짐승은 900만 관객을 넘긴 어느 영화 속 논설주간이 빗댄 짐승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그 영화를 보는 동안 '대충 알만한 지위와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도 저 논설주간과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이 설마 현실에 있을까'라는 의문은 결국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공복을 입은 그 공무원은 국민을 두고 귀천을 따졌다. 나라가 어려움이 있을 때 으레 나오는 국민적 호소엔 귀천이란 없었다. 신분 질서가 공고했던 조선 시대에도 전쟁의 풍전등화 앞에선 그랬다. 국민 모두가 결국은 협력하고 함께 해야 할 대상이라는 진리는 역사와 시국이 증명한다. 그 공무원은 영화 속 대사를 본떠 이를 역행하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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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 경영'으로 모은 돈의 행방생각/단상 2016. 7. 10. 22:58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선수를 시작했던 마해영 해설가는 회고록 '야구본색'에서 구단주 롯데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렇게 탄탄한 회사가 지독히도 구두쇠였다. 해마다 전지훈련을 떠날 때 사용하는 원정용 가방을 다른 팀들은 구단에서 구입해 나눠주는 반면 우리는 선수들이 돈을 걷어 구입해야 했다. 유통기한이 보름 남짓 남은 롯데햄 선물세트가 구단에서 선수에게 나눠주는 특별 명절 선물이다." 야구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롯데는 동종 업계 대비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년 전 공시된 금감원 자료에서 백화점 사업을 맡고 있는 롯데쇼핑의 직원 1인당 연봉은 3300만원대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보다 최소 1100만원 격차가 났다. 그렇게 돈 쓰는 데 인색하던 롯데가 정작 수상한 곳엔 돈을 뿌리고 다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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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의 '회계 사기', 믿을 데가 없다생각/단상 2016. 7. 7. 23:49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은 국가경제 전반의 신뢰를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시켰다. 분식된 액수가 밝혀진 것만 자그마치 5조원. 본격적으로 분식이 이뤄지던 2013년의 경우 7700억원 적자를 내놓고 4400억원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둔갑했다. 조선업 위기설이 한창 불거지던 작년엔 5조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2조 9천억원대로 대폭 축소했다. 회사 발표를 철썩같이 믿었던 투자자와 국민은 눈 뜨고 당하고 말았다. 대우조선은 외연상으론 믿을만한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등판에 두고 조선업 위기설이 불거지던 2014년 조선 3사 중 가장 준수한 실적을 내서 신뢰를 받았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3조 2천억원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고 휘청거릴 때 대우조선은 4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고 선전했다. 물론 실상은 7천억원이 넘는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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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집중, 시청자와 방송사 누굴 위한 건가생각/미디어 2016. 5. 27. 11:42
버라이어티 열풍은 꺼지고 음악, 음식을 다루는 예능이 대세가 됐다. 지상파와 종편, 예능을 다루는 케이블 너나 할 것 없이 음악 프로와 먹방을 최소 하나씩 편성해두고 있다. 같은 가수, 같은 셰프가 여러 군데 출연하는 사례도 흔해졌다. 먹방 프로는 자그마치 15개에 이른다고 하니 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 의견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집중 현상의 꺾일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주제의 편중을 두고 방송계는 시청자의 수요에 대응하고자 제작에 나선 결과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든 음악과 음식을 자꾸 고집하려는 방송사 나름의 뒷배경도 있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데는 음악과 음식이란 주제가 제작에 들이는 물적. 인적 수고 대비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엔 쉬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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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영화 2016. 4. 15. 13:28
수영 대회에서 연거푸 4등을 하는 초등학생 아이, 수영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등수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엄마는 열불이 난다. 만년 4등을 하면 메달은 고사하고 수상 실적 채워 아이를 대학 보내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엄마는 시시콜콜 "구질구질한 삶을 살 래" 아이에게 압박을 준다. 교육과 사회 현장이 그물처럼 쳐놓은 '성공의 등식은 곧 성적'이라는 것을 자식에게 강압적으로 규정해버리는 순간이다. 급기야 엄마는 메달을 위해 피멍은 예사로 남기는 폭력 강사를 아이에 맡기기에 이른다. 이른 새벽,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없는 1대1 교습 시간. 강사는 자기가 세워놓은 기준에 못 미친다 싶으면 아이에게 가차 없이 매질한다. 아이의 등 쪽과 엉덩이의 멀쩡했던 피부는 온데간데없고 피멍이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