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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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한달도 안 남은 시점.생각/단상 2017. 4. 20. 01:47
아이러니하게 보여도 좀 쉬어보자는 심정으로 군에 입대했다. 일과시간엔 일에 치이고, 고단한 훈련을 간혹 받더라도 바깥에서 훌쩍 떨어진 곳으로 물러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롭게 이것저것 살피고 조망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군에서 마음 놓고 편히 쉬어본 기억은 없다. 그것은 일과 이후의 시간이 빡빡해서가 아니라 연일 돌아가는 상황의 결론이었다. 하여튼 벚꽃도 비바람에 떨어져 나가더니 이제 군 복무의 종착점이 보이고 있다. 휴가를 나와 놓고 묵혀둔 잡동사니 자료들을 방치할 순 없어 이를 뒤적이느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 것인지 짐작은 되지만 헤아리긴 어렵다. 이번에도 마냥 쉬기는 글렀다. 그럼에도 이것이 나름의 쉬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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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과 카페의 소중한 결합 - 노원문고 더 숲생각/단상 2017. 2. 12. 14:28
지난 휴가 때 내심 환호성을 지른 게 있다. 동네에 영화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런데 문을 연 영화관은 좀 특별하다. 영화관의 취지부터 다르다. 멀티플렉스에서 외면한 영화를 틀겠다는 것이다. 딱 보면 CGV 아트하우스나 메가박스 아트나인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건 노원에 없다. 평론가들이 극찬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같은 영화를 보려면 명동이나 강남까지 가야 한다. 이 영화관 덕분에 이제 동네에서도 시간과 장소의 커다란 구애 없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걱정은 좀 된다. 영화관이 들어선 곳은 노원구 통틀어 요지다.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고 임대료도 비싸다. 종전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로 손님이 바글거렸던 곳이다. 어디 대기업이 후원해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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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생각/단상 2016. 11. 14. 10:10
이 시점에 이런 것을 쓰자니 한가로운 것 같지만 어찌할 수 없어 나중에 쓰일 것을 위해서라도 남긴다. 휴가 둘째 날인 오늘, 집 근처 골목을 지나다 편의점이 눈길을 잡았다. 바로 근처에 동사무소가 만들어지고 빌라가 지어지더니 지난달만 해도 영업하던 호프집이 사라진 대신 편의점이 들어선 것이다. 이 동네에 지내기 시작한 게 2003년이었으니 당시에도 존재했던 호프집의 역사는 짧은 것이 아니었다. 계통만 보면 편의점과 별도인 호프집도 세월이 무색하게 자리를 내주고 마는데 동종 업계는 오죽하겠는가. 골목에서 슈퍼가 자취를 감췄다. 해가 거듭되면서 주변 200m 안에 슈퍼들은 편의점이 됐다. 육류, 청과 코너를 갖춘 제법 규모가 있던 슈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골목 소매 상권은 편의점 대표 3사가 꿰찼다. 언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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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공무원, 공무원...생각/단상 2016. 11. 13. 19:45
어딜가나 공무원 준비에 관한 얘기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기다리다 얼떨결에 "9급 공무원 합격은 OOO!", 광고를 보게 되고 통인시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안에선 노량진 공무원 학원 CM이 울려 퍼진다. CM이 끝나자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20대 승객은 일행에 친구가 공무원 되려고 노량진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한다. 주위에 공무원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또래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청년 상당수는 미래를 담보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배경은 복잡하지 않다. 할 일 다 하고도 야근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승진의 기회는 소위 대학과 출신 성분과 같은 연줄로 빈번히 좌절되며 미래를 온전히 회사에 쏟아 부었거늘 돌아오는 건 희망퇴직인 냉담한 현실을 청년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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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통하지 않는다생각/단상 2016. 9. 30. 01:00
이대 평생교육 논란을 두고 본질을 흐리는 얘기가 최근에도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등록금 동결의 장기화로 대학이 재정 악화를 막고자 불가피하게 평생교육을 추진했고 결국 이 같은 논란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출구가 뾰족하지 않은 지방 사립대면 몰라도 이를 이대와 연결 짓는 모습들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평생교육으로 얻을 이익은 기껏해야 매년 수십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얻으려고 사업을 감행할 만큼 이대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단 말인가. 지난 6월 서울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모여 '미래대학포럼'을 발족했다. 첫 포럼에서 총장들은 등록금 책정의 자율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여기서 고려대 총장은 "미국의 주요 사립대에 비해 한국 사립대 등록금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10개 대학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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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 경영'으로 모은 돈의 행방생각/단상 2016. 7. 10. 22:58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선수를 시작했던 마해영 해설가는 회고록 '야구본색'에서 구단주 롯데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렇게 탄탄한 회사가 지독히도 구두쇠였다. 해마다 전지훈련을 떠날 때 사용하는 원정용 가방을 다른 팀들은 구단에서 구입해 나눠주는 반면 우리는 선수들이 돈을 걷어 구입해야 했다. 유통기한이 보름 남짓 남은 롯데햄 선물세트가 구단에서 선수에게 나눠주는 특별 명절 선물이다." 야구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롯데는 동종 업계 대비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년 전 공시된 금감원 자료에서 백화점 사업을 맡고 있는 롯데쇼핑의 직원 1인당 연봉은 3300만원대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보다 최소 1100만원 격차가 났다. 그렇게 돈 쓰는 데 인색하던 롯데가 정작 수상한 곳엔 돈을 뿌리고 다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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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의 '회계 사기', 믿을 데가 없다생각/단상 2016. 7. 7. 23:49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은 국가경제 전반의 신뢰를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시켰다. 분식된 액수가 밝혀진 것만 자그마치 5조원. 본격적으로 분식이 이뤄지던 2013년의 경우 7700억원 적자를 내놓고 4400억원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둔갑했다. 조선업 위기설이 한창 불거지던 작년엔 5조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2조 9천억원대로 대폭 축소했다. 회사 발표를 철썩같이 믿었던 투자자와 국민은 눈 뜨고 당하고 말았다. 대우조선은 외연상으론 믿을만한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등판에 두고 조선업 위기설이 불거지던 2014년 조선 3사 중 가장 준수한 실적을 내서 신뢰를 받았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3조 2천억원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고 휘청거릴 때 대우조선은 4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고 선전했다. 물론 실상은 7천억원이 넘는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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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집중, 시청자와 방송사 누굴 위한 건가생각/미디어 2016. 5. 27. 11:42
버라이어티 열풍은 꺼지고 음악, 음식을 다루는 예능이 대세가 됐다. 지상파와 종편, 예능을 다루는 케이블 너나 할 것 없이 음악 프로와 먹방을 최소 하나씩 편성해두고 있다. 같은 가수, 같은 셰프가 여러 군데 출연하는 사례도 흔해졌다. 먹방 프로는 자그마치 15개에 이른다고 하니 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 의견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집중 현상의 꺾일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주제의 편중을 두고 방송계는 시청자의 수요에 대응하고자 제작에 나선 결과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든 음악과 음식을 자꾸 고집하려는 방송사 나름의 뒷배경도 있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데는 음악과 음식이란 주제가 제작에 들이는 물적. 인적 수고 대비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엔 쉬운 주제이기 때문이다...